나 조차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허울뿐이더라도 내게 사과를 하길 바라고 있었나. 아님 그대로 잊혀져가길 바라고 있었을까. 생각지도 않은 연락을 받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일방적으로 너에게 떨어져 나온 건 나였는데,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어째서 너가 죄책감을 받는 거야. 난 네가 죄책감에 시달리길 바랬던 걸까? 이전에 네가 내게 한 잘못이라는 게 뭔데? 그 시발점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시발점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일방적인 너의 변덕이였고, 그 장단에 맞추지 못한건 나였으니까. 정말로 별거 아닌 일이였다. 시간이 지나니 정말로 별거 아닌 일이 되버렸다.


넌 네가 너무 어렸던 것같다고 내게 말했다. 난 '어리다'라는 말은 정말 편리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넌 그 당시 자신 하나도 챙기길 벅찼다고 내게 말했다. 나 역시 나 하나 챙기기 벅찼던 시기였다. 넌 나에 대해 여러모로 오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끝내 그 오해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무시해도 될 너의 연락에 그 일에 대해선 내가 선택한 일이고 너가 마음에 담아 둘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그 당시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네가 왜 내게 사과하는거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잊고있었다고.네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나 자신도 놀랄정도로 까먹고 있었다고 말이다.


너는 그 일을 직접 꺼낸 건 아니였지만 나는 화제를 미묘하게 비틀었다. 저렇게 대답하고 잠시나마 만족했던 것같다. 나는 생각지도 않은 일에 너는 마음쓰고 있었구나라고. 기묘한 승리감도 들었다. 그 후 당연하지만 너에게서 연락이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난 너에게 연락을 한 것을 후회했다. 사실 그 연락을 받든, 받지 않았든, 어떤 대답을 했든 만족하지 못했을 거다. 다 자기 편하라고 하는 소리인거 아니까. 정말로 넌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을까. 대인배인 척 난 이제 괜찮으니까 네 마음도 편해졌음 좋겠다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그렇게 대답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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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