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인터파크 도서 플러그인으로 책 정보를 삽입하는데 입력되지 않은 모양이다.
이 책은 안미영 저자가 쓰고 종이섬이 출판했다. 저자가 직접 10명의 퇴사한 사람들을 취재하고 그 내용을 다듬어서 10명의 퇴사하고 나서의 시간을 엮은 10개의 에세이가 담겨있다. 중간 중간 think로 각각의 키워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글이 함께해서 이음새를 이어주었다.
아직 취업도 못했는데 퇴사 이야기라서 나같은 예비 취준생이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라고 생각도 했었다. 그럼에도 엄청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정한아 소설의 달의 바다 시작의 첫 문단을 좋아한다.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면서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
사춘기때 읽었었다. 그때 내 상황 자체를 대변해주는 것만 같아서 이 시작 문단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달의 매끈한 앞면만 보고 꿈을 꿔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상처 투성이인 달의 뒷면을 알고 있더라도 꿈을 꿀 수 밖에 없는 것. 기대했다가 실망하게 되는 일의 반복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꿈꾸고 있는 일들도 마찬가지 일 것 같아서... 분명 지금은 꿈을 꾸고 있고 이룰 수 있을거라는 확신도 없지만 만약 꿈을 이루고 나서는? 그 후엔 나는 어떻게 될까? 난 그 꿈을 이루기 적합한 사람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퇴사는 누구나 겪는, 그다지 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 개인에게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커다런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한순간 회사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갑작스럽고 준비없는 퇴사라 할지라도,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겪어내고 찬찬히 자기객관화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만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면에서 퇴사라는 큰 결정만큼이나 중요한 건 퇴사 이후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아닐까.
그러나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시작했는데 그런 게 아니였어라는 말을 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공백기가 아니라 어떤 일을 매듭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시간으로 이를 '이행기'로 표현했다. 이행기에 관한 책이다.
일종의 번아웃 처럼 늘상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게 너무 부족했다는 걸 깨닫는다. 무언가를 항상 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직장이 있지만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은 강렬한 게 있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와 같은 퇴사를 하게 된 결정 적인 이유. 퇴사를 하겠다는 결심, 준비하는 과정이 있거나 또는 없거나, 퇴사를 하면서 온전히 나만을 위해 보낸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10명의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통해서 느낀점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기까지 쉽지 않았을텐데 결심하는 것 부터가 용기가 너무 대단했다. 이행기 동안 자기만의 색을 찾아가는 게 멋졌다.
레베카 솔닛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행동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이야기 한다.
회사를 다닐 땐 퇴사 이후를 염두에 두고 좋아하는 것들을 간직하며 살 것, 퇴사 이후에는 불확실성을 감당하며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하고 실험해 볼 것,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질 것,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이런 태도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이 책을 향한 저자의 태도가 담겨있다.
이 책을 쓰면서 퇴사를 미화하진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회사에서 갖가지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매일 성실하게 직장인의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노력과 자세를 무의미하게 말하거나 퇴사를 종용하는 식의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거나 이제 막 회사를 떠난 이들에게 '다 잘될 거야'라는 무책임한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어떠한 퇴사 과정을 겪었는지 자세히 질문했고, 정성껏 경청했고, 꼼꼼히 기록했다.
.
.
.
그러는 동안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 채 어리둥절하게 이 시간을 통과하고 있지만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게 있고 얻는 것이 있으리라는, 그래서 그때까지 용기를 가지고 불확실한 이 시간을 담대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불확실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이들을 위하여... 전혀 다른 이야기 같아도 결국에는 같은 지점에 서있을지도 모른다는 점...
+
이에 대한 조금 더 긴 독후감을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했다. 본격적인 책에 대한 독후감 보다는 그냥 현재의 나의 이야기에 훨씬 더 가까운 것 같지만,,,
예비 취준생 입장에서 읽어본 퇴사 에세이
http://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36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