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방콕
국내도서
저자 : 김병운
출판 : 제철소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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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또 한 번 이겼고, 우리는 방콕에 간다.


이 시리즈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했던 찰나에 방콕을 제일 먼저 읽게 되었다. 방콕이 태국의 수도이기도 하지만 방에 콕 틀어박힌다는 줄인말도 있어서 사실 후자를 먼저 생각했다. 아무튼이라는 부사에 더 어울린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여행이 취소되고 다시 한 번 늘 그렇듯이 방콕을 가게 되었다는 방콕 여행 에세이이다. 여행글을 쓰기 전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그만큼 내가 여행에 대한 글을 쓰면서 머릿 속으로는 생각했지만 구체화하지 못했던 글을 구체화 시킨 책 같다.


방콕에 대한 정보들 보다는 자신의 느낌과 겪었던 이야기에 더 비중을 둔 책이다. 방콕 여행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두는 호텔 예약에서 부터 왜 내가 호텔 예약을 비중을 두는지, 왜 내가 방콕이라는 도시를 좋아하고, 방콕의 여름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함께간 연인에 대해서도. 방콕이라는 주제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나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방콕'여행보다는 방콕'여행'에 더 초점에 맞추어진 느낌. 이야기의 배경은 방콕이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여행 구체적으로는 연인과의 여행 그 자체에 대한 느낌과 소감에 더 가깝다. 단지 이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여행지가 방콕일 뿐이라는 점이고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여행지가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부러웠다. 여행 첫 방문하면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곳을 강박적으로 돌았다가 두번, 세번, 그 이상을 방문하게 되면서 나중에는 굳이 어딘가를 가지 않아도, 내가 그 장소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만의 여행지가 되는.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여행지에 가면서 겪는 느낌들도 글로 잘 풀어내서 공감이 갔다. 나만 괜히 의식하게 되는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고. 


아무래도 나는 내심 이 수영장이 나의 도피처가 되어 주길 바랐던 것 같다. 이곳은 남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되는 내 나라나 남의 평가와 기대 때무에 자꾸 우왕자왕하게 되는 내 삶과는 전혀 상관 없는 곳이기를,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행복해졌다가 불행해졌다가를 반복하는 내 일상과 남의 시선과 생각에 매여 스트레스 받는 내 생활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곳이기를 바랐던 것 같다. 여기 있는 동안에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를,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지친 몸과 망가진 마음을 추스를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나 자신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충전의 시간 같은 것을, 아니, 내가 나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그 모든 것과 단절하는 비움의 시간 같은 것을 막연하게 꿈꿨던 것 같다. 아마도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직업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소설에 대해서 계속해서 의식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것을 비우고 온 여행지에서도 소설에 쓰일 에피소드를 찾고 결국 방콕에 대한 에피소드로 소설을 쓰면서 연인에게 자신의 글을 점검받고 더 나은 글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또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아니면 그것 조차도 여행의 과정이 된다는 게...! 그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책이 이 책이겠지? 누군가의 여행의 과정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역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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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