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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내가 제일 먼저한 일은 이적의 이름을 검색해본 것이였다.
자신의 이름을 이적(笛)자라고 했다. 파리부는 사나이이고 싶다고.
그 시점에서 이적이라는 이름이 가명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의 진짜 이름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사람 이름에 대해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김영하 작가가 이적이라는 이름은 적을 이롭게한다는 뜻이 연상케한다며 꼭 자선사업가가 조폭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과 같이
말장난스러운 이름이라며 충격을 받았다고 했을때, 난 오히려 그 점이 놀라웠다.
사람 이름을 보고도 그런식으로 생각을 해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사실 난 마지막에 김영하 작가의 글이 들어있다는 걸 보고도 새삼 놀랐다고 해야하나.
이적의 글에서 김영하의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 실린 단편인 '음혈인간으로부터의 이메일'에서 김영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 실린 단편 '흡혈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비슷한 소재여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으나, 마지막에 김영하 작가의 글을 보고 깨달았다. 이 둘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구나, 하고.
지문 사냥꾼이라는 책은 몇년 전에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단골로 추천 받았던 책이였다.
그래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새까맣게 있고 있다가 도서관에서 문득 이 책이 눈에 띄길래 빌렸다.
지문 사냥꾼, 처음에는 흔히 우리가 지닌 그런 지문을 사냥하는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활자를 먹는 그림책을 읽고는 시험지나 책의 지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문득 문제집의 이름이 지문사냥꾼이여도 재밌겠다. 지문을 사냥한다니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라는 실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쨌거나 지문 사냥꾼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 그 지문을 사냥하는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문 사냥꾼은 개인적으로는 많이 난해했다고 해야할까.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잡은 순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제불찰씨 이야기. 이런 직업이 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직업인 이구소제사 제불찰씨가 어떤이유인지 몸이 작아져 진짜로 다른 이들의 귓속에 들어가서 귓속을 청소해준다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정신세계나 유년시년의 기억들을 보게되는 어떻게 보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 그가 몸집이 작아졌을 때 확률론 권위자 도니븐 씽커바우릿, 행동 심리학자 워레버 유두씨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부분에서는 작명 센스에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 몸집이 작아진 사람이 귀지를 청소해준다는 건 어떤 기분이길래 사람들이 그 난리를 치는걸까 궁금하기도 했고. 결국에는 제불찰씨가 어떻게 보면 이구소제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졌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있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임에는 변함 없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했다.
아무튼 열 두가지의 단편 모두 내게는 흥미로운 소재로 가득했다. 활자를 먹는 그림책이라던가 외계령이라던가 전혀 공감해서는 안되는데 어쨌든 공감하게 되는 자백이라던지, 책의 제목 지문사냥꾼 L도 그 밖에 다른 단편들도. 이적의 노래들을 찾아 듣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