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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A to Z에 관한 책. 솔직히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책을 시작하기 전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고 1에서 12까지의 파트는 그냥 읽었다. 이 시대의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길이라는 부제 처럼 정말 세세하게 어떻게 실제 전시가 진행되는 지에 대한 서술이다. 1990년 대 말 큐레이팅에 대한 대담과 출판물들이 급증하고 스타 큐레이터가 등장하게 된 흐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었다.
문화 생산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 큐레이터는 거름망과 문지기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한다. 터놓고 말하면 어째서 '좋은' 예술 작품인지 가르쳐주는 취향의 길잡이가 되어야한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가 큐레이터란 지식, 경험, 기술을 갖춘 근사한 직업이라는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난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자고 할 만한 게 없다... 아직도 보는 눈이 많이 부족하고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뻔한 결론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많이 보고 접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 즉각 즉각 변화하는 시대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
전시를 설치하는 데 기술적인 파트보다는 아이디어와 영감, 전시를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을 더 중점적으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런 쪽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밖에 없었음... 난데 없이 큐레이터, 큐레이팅에 대한 책들을 빌린 것도 '큐레이터'라는 직책을 맡게되고 나서 도무지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무슨 글을 써야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 혹시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빌린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해답을 얻었다기 보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던? 그리고 진짜로 본격적인 큐레이터(꿈도 꾸지 않고 있지만)가 되기 위해서는 신경써야할 것도 책임져야할 것도 요구되는 능력이 무지막지하게 많구나라고 느꼈다. 물론 어느 것 하나 그러지 않은 직업이 없겠지만...
책을 읽고 읽고 싶어진 책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인터뷰인 <큐레이팅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모든 것> 인용으로 많이 등장하는 데 번역본으로 나온 건 없어 보여서 아쉽다 ;-; 짧막한 글이지만 책 중간 중간에 등장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쓴 큐레이팅의 역사도 이 책과 함께 빌렸는데 함께 빌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