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인생
국내도서
저자 : 은희경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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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이 이끌려 책을 골랐다. '태연한 인생'. 은희경 작가였다.항상 은희경 작가의 책은 그랬던 것같다. 제목에 이끌려 책을 고르게 된다. 어쩌면 은희경 작가와 난 잘맞지 않는다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몇개의 단편을 빼고는 다 도중에 그만 읽었기 때문이다. 내 취향이 아니였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태연하게 읽어나갔다. 태연히 읽어나가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반납일이 다가오자 밤을새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요즘 심적으로 힘들어서 그런가 이런 제목에 이끌리게 된다. 이 전에 빌렸던 책의 제목은 마름모꼴 내인생이였다.


어쩌면 내 인생이 정말 마름모꼴 같아서, 태연한 인생을 살고 싶어서라는 바람이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태연한 인생은 있을 수가 없다.

 

책은 류와 요셉의 이야기다. 류와 요셉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100페이지가 다되도록 큰따옴표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어떤 표시로도 서술과 대화를 구분해놓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다. 그럼에도 일단은 읽어진다는 게 더 신기했고. 나중엔 ― 표시로 대화를 구별해놓기는 했었지만.. 작중에서 요셉이 아무리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으로 나온다지만 너무나도 인용이 많아서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요셉의 어떤 여자에게 조언을 해주자 그 여자가 선생님의 말은 하나하나 메모를 하고 싶어진다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이 갔다. 요셉은 직설적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같은데 그 말이 굉장히 재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꼭 맞는 말같이 들린다는게 신기했다. 꼭 언어의 마술사 같았다고 해야할까. 

 

나는 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가들을 보면 뭔가 소설에 나오는 다른 수많은 직업들과 달리 색다른 느낌이 든다. 작가가 만든 작가라는게 어쩌면 자신과 동일시해서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그렇지만 이젠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작가쓴 작가란 직업도 결국엔 다른 작가가 쓴 수많은 직업들과 다를거 없다고.... 

 

분명 작가의 세계와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서 읽었던 것같은데 다 읽고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그냥 요셉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재밌었다. 어째서 류와 요셉은 다시 만나지 못한 것일까. 이게 끝(?) 진짜 내가 책을 헛 읽었구나 싶어진다 이럴때...거기다가 내가 중간까지 류를 내가 남자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요셉이 류를 그녀라고하자 남자아니었나? 하고 다시 읽기도 했었고 


어쨌거나 류로부터 시작했던 이야기는 요셉을 거쳐서 다시 류로 마무리가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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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세상일이 다 그런 식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택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p79

 

그가 속해있는 것과 같은 집단에서는 간혹 소수라는 사실을 도덕적 우월함으로 삼아 권력적이 되는 인간들이 있었다. 개를 키우는 게 곧 생태주의의 실천이 아니듯이 소수라는 것 자체가 곧바로 정당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다수에 의해 소외된 다양한 관점과 철학에 귀를 기울이고 개인의 고유한 권리를 존중하려는 의도일 뿐 소수라거나 소외된 사람의 의견이라서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닌 것이다. 세상에는 '나는 나야'라는 아웃사이더 소수에서 시작하지만 '나는 남과 달라'라는 권력적 소수가 되어버리는 일이 흔했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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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