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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과 TBWA 0팀이 찾은 창의력 열한 조각
나름대로 열정이 넘쳤던 지난 여름, 에디터 수업을 듣기 위해 합정을 오가다가 땡스북스에 들려 구입했었다. 지금은 끝나버렸지만 당시 매주 글을 기고하기 위한 글감을 찾고 있었었다. 어떤 주제라도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막상 떠오르는 아이디어랄 것도 없어서 돈키호테들의 생각을 빌릴 심산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정작 책은 조금 훑어보기만 하고 방치해두고 있었다. 책을 읽고 참고해서 글을 쓰는다가 내글이 아닌 남의 글이 되어버릴까 무서웠었다. 그 핑계로 읽지도 않고 미루고 미루다가 이렇게 새해가 되어서야 읽는다. 새해 첫 노래로 한해가 결정난다는 미신이 있듯이 (차트에 듣기만 해도 성공하는 음악이나 내가 제일 잘 나가가 있는걸 보고 웃었었다) 새해 첫 책은 나름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싶었다. 책장에서 이제는 피규어가 되어버린 책들을 둘러보다가 책의 제목을 보고 책장에서 꺼내 읽었고 새해 첫 책으로 이 책을 선택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새해만 되면 정신 바짝 차려야지 하면서 내 모든 습관들을 다시 점검하게 된다. 새 사람이 되어야지. 같은 결심을 하지만 그 마음은 쉬이 오래가지 않는다. 매번 책을 읽고 느꼈다. 언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마음을 먹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묵묵히 내 자리에서 내 할일을 하면서 내 길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이제 나도 어리다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고 항상 진로에 대해 매번 고민이 많아지는데 책을 읽고 다시금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다.
4부 11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책은 돈키호테를 새롭고 재미있는, 사소하고 위대한, 지치지 않고, 무모하게로 분류했다. 과거 현재 동서양 할 것 없이 책에 소개된 각양각색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비슷한 주제로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여 한 파트에 묶었는데 그게 너무 잘 맞아 떨어져서 더욱 책에 몰입해서 읽을 수 었다. 11개의 다큐멘터리를 한 자리에서 감상한 기분도 들고!
내게 가장 와닿았던 파트는 그 무엇보다도 '지치지 않고' 3부이다. 왜 책의 부제와 가장 첫번째 저자로 박웅현 대표님을 꼽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박웅현 대표님이 만난 소리꾼 장사익 선생님과의 대담. 난 정말 이런 이야기를 보고 힘을 얻고 싶었나 보다. 이런 저런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그런 걱정이 눈녹듯이 사라졌다. 이런 마음은 자기합리화라고도 할 수 있을까? 아무렴 좋다. 내가 이 대담을 보고 힘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마음만 같아서는 한 파트 한파트에 대한 감상을 제대로 남기고 싶은데 내겐 어렵다. 이것도 정말 오랜만에 쓰는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는 것이다. 뭔가 감상문의 형태는 완전히 벗어나버린 것 같지만 구구절절 내 이야기 가득인 일기 같지만. 그래도 책을 읽고 느낀 여러 생각들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건 뜻깊은 일이다. 블로그에 책을 읽고 빠짐 없이 감상을 남기려고 노력하게 되면서 온전한 감상의 형태 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은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정독'의 강박에 빠지게 했으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나 느낌점을 제때제때 기록하려고 보니 이도 저도 되지 않았다. 여러모로 습관이라는게 잡혀있지 않은 사람인데 처음부터 10을 하려고 하니까 큰 부담을 느꼈었던 것 같다. 그래 소위 말하는 '삽소리'라도 괜찮다. 무언가 책을 읽고 느꼈던 그런 감상들을 휘발되기 전에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성실히 책의 기록을 적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