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립공방
국내도서
저자 :
출판 : 북노마드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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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 찾는 동네에서도 어느샌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러 독립 공방들. 매번 지나칠 때마다 이런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했던 의문들이 책을 읽고 풀렸다. 여러 공방들... 아주 낯익은 이름의 공방도 있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공방도 있었다. 그 공방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왜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내 작업세계에 대한 가치관들을 읽어가는 게 즐거웠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확고한 길이 있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건 항상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 벅차오르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이 사람들 처럼 나도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책은 각기 다른 공방을 인터뷰하는 구성 이루어져있다. 공통 질문이 있고 그 공방에 맞는 상황별로 또 다른 개별 질문이 존재하는데 이 질문이 제일 기억이 남는다. 


빠름이 대세인 시대에 느림과 아날로그 미학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매일 같이 세상은 변화하고 모든 것이 달라지더라도 변치 않을, 사람들이 찾게 되는 어떤 것. 빠른 발전은 느리게 걷는 사람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고자 하는 일은 다르더라도 조금은 느리더라도 느린 사람들도 함께 갈 수 있는 그런 무언가를 기획해내고 창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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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그것을 다루는 우리도 하루하루 달라요. 하지만 사람들은 변함없이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합니다.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고, 오히려 빠름이 대세인 우리 시대에 더욱 소중하게 여겨져요. 그것을 '아날로그'라고 말하지만 이제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요.


멀리서 보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아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나누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해요.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해보니 아닌 일도 있거든요. 무엇보다 일을 시작하는 순간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의 분리는 무의미해져요.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실 거예요. 우리에게 노동은 '해야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어요.


직조는 실이라는 재료가 씨실과 날실로 엮여 천으로 이루어지는 신기하고 대단한 일이에요. 실의 질감, 굵기, 색, 조직의 밀도, 다루는 힘 등 여러 변수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는 게 쉽지 않아요. 처음에는 당황하고 실망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부담을 갖지 않았어요. 실수조차 신기한 깨달음으로 다가왔죠. 뜨개질, 그림, 사진, 도예 등 여러 가지를 접했지만 끊임없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생기는 건 직조밖에 없었어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죠. 어떤 일이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돼요. 나만의 것을 세워나갈 때 실패와 후회를 줄일 수 있어요. 유독 변화에 민감한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빠르고 자극적인 것으로 넘쳐나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과 물건은 고루하고 어리석게 비춰지죠. 지금이야말로 공예의 가치를 끌어내 보여줘 할 때입니다. 다만 '-수업', '-교실', '-클래스'라는 이름으로 취미를 소비하는 방식이 넘쳐나는 게 안타까워요. 누군가에게 소중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회용품처럼 소비되고 말아요. 그것이 현실이기에 그 안에서 마음을 조율하고 작가로서의 신념과 노력을 이끌어가야겠죠. 작업에 고집을 갖되 외부의 변화와 새로운 흐름에 맞추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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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