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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그렇고 야구 소설으로도 추천이 빠지지 않는 책이길래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었다. 겉표지만 봐서는 만화책 같기도 하고 라노벨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책의 내용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야구 소설보다도 자기 계발서나 경영 전공 서적같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전에 이 책에 대해서는 오직 야구와 관련된 소설이라는 것밖에 모르고 있어서 난 피터 드러커가 경영학의 아버지격인 사람이라는 것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야구 선수나 야구 서적을 쓴 사람이나 야구와 관련된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어서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야구부의 매니저를 실제 기업조직의 매니지먼트와 연관지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이 책을 읽기 전에 피터 드러커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던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같다는 생각에 좀 민망한 기분 ;ㅅ;
그렇지만 이 책은 야구 소설로서의 재미를 기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것같다. 책의 메인은 '야구'가 아니라 '경영'이다. 주인공인 미나미를 필두로 피터 드러커의 매니저먼트를 야구부에 그대로 접목. 전혀 의욕이 없는 야구부를 고시엔 진출을 목표로 달린다,라는 내용인데 줄거리도 그렇고 미나미의 소꿉친구인 유키나 지로의 캐릭터도 뻔하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었기 때문에 김이 샜던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경영이라는 주제를 야구라는 소재로 쉽게 풀어서 써서, 경영에 대해 낯선 나 같은 사람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런 경영을 야구부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도 적용 시킬 수 있다 것을 재차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래서 인지 멀게만 생각했던 경영이 친근하게 다가 오는 듯한 느낌. 예를 들면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학생을 거대한 조직이라고 하면, 그 학생들의 사업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하며 그 사업의 고객은 누구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목표라던지,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그런 느낌에서는 천편일률적이고 쌀로 밥을 짓는다를 말하고 있는 뻔한 다른 자기 계발서들보다도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는 내내 미나미가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시작은 아파서 매니저를 더이상 하지 못하는 소꿉친구 유키를 대신해서 매니저를 한 거였지만, 매니저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무작정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던지, 그 책의 내용을 실제로 야구부에 적용을 하고, 실제로 야구부가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이 말이다. 언행 일치라는게 이런 걸 뜻하는 구나 싶기도 했다. 흥미가 갔던 부분은 야구에서 '매니저'라고 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말그대로 미나미 같은 매니저를 떠올리지만 미국에서는 감독을 떠올린다고 했던 부분. 또 다른 매니저 아야노가 가치 감독의 얘기를 전달하는 것에 '통역'이라는 단어를 썼던 것도. 야구부의 승리의 원동력이 된 이노베이션을 설정했던 부분도. 시합과 연습의 차이점이 경쟁, 결과, 책임이라는 것도... 책을 읽는 내내 포인트가 너무 많았다. 아무튼 읽는 내내 야구부가 흡사 천국같다는 느낌을 받어서 나도 매니저로 끼워 넣어줬으면 이란 얼빠진 생각도 잠시 들었었다.
아무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같은 느낌이고, 기회가 된다면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어볼 생각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미나미 처럼 삶 자체에 변화가 생길 것같지는 않지만... 어떤 내용일지 몹시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책이 일본 내에서 인기가 그렇게 많았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았다. 애초에 책 소개가 하루키의 1Q84를 제치고 2010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던데... 책 표지가 없는 책을 빌려봐서 몰랐다. 내가 빌린 책은 초판 3개월 만에 28쇄. 요즘 28쇄인 책을 자주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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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분이 어떤 야구를 보고 싶은 건지 알고 싶어요. 왜냐하면 여러분이 보고 싶어 하는 야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죠. 우리는 고객으로부터 출발하고 싶습니다.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며,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야구를 시작하고 싶은 겁니다." 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