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b책
국내도서
저자 : 김사과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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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연체된 책을 반납하고 간 김에 비교적 짧은 책을 골라 읽었다. 눈에 들어온건 나b책. 제목을 보자마자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고, 표지의 나비를 떠오르며 첫장을 펼쳐들었었다. 나,b,책. 나비가 아니라 세 사람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그다지 유쾌하지 만은 않았다. 

'나' 그러니까 랑은, 주로 잿빛 하늘을 묘사했는데 그러니까 굳이 이 소설을 색으로 표현하자만 말그대로 잿빛. 물고기가 되고 싶은 b와 바다가 되고 싶은 랑. b에게 아가미가 돋아났다는 부분에서, 아니 이전에 따돌림을 당하는 랑의 시점에서 b는 어딘가 구세주 같은 초차원적인 존재로 내게 다가왔는데, 랑과 b가 사이가 멀어지는 장면에서 그리고 b의 시점에서의 이야기는 어딘가 좀 충격이였다. 구세주도 초차원적인 존재도 아니였고 그저 b가 애처로울 정도로 아슬아슬해보였다.

 

랑은 야구부원들에게 별 다른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한다. 그저 지루하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워싱턴 모자를 필두로 아이들을 모자들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랑을 매번 b가 구해주는데 어느샌가 둘의 사이는 틀어져버린다. 작문시간 나는 b가 가난해서 좋다, 돈이 없어서 좋다...라고 읽어나갔기 때문에. 그 후 b도 워싱턴 모자를 쓰고, 직접적인 폭행에 가담하진 않지만 '가해자' 무리에 끼어든다. 매번 따돌림에 시달린 랑은 학교에 더이상 나오지 않고 타겟은 바뀌어서 b.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였고, 가해자 무리들은 어떤 짓을 해도 묵인당한다. 

 

워싱턴 모자. 랑과 b를 이해가 안되는 부분. 워싱턴 모자에게 쳐 맞고 몹쓸 짓을 당하면서도 웃는게 귀엽다고 계속 언급한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정말로 이해를 못하겠다. 아니 그 전에 교복 위에 캡모자(?)를 쓴다는거 자체가 상상이 잘 안갔음. 그리고 안경. 다들 b는 b고 모자는 모자여서 안경도 안경인가 싶었는데 진짜 이름이 안경... 이건 좀 신선했다 

 

 이야기가 딴데로 많이 샜는데 중간에 바다가 되어버린 랑.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이야기는 술술 읽히는 편이였지만 솔직히 아직까지도 무슨 내용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이란 존재도 결국엔 파라다이스는 없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결국 그들이 향한 곳은 지상 낙원도 뭣도 아닌 정신병원. 가해자 무리의 주동자 워싱턴 모자도 결국엔 피해자가 되고, 그 자리는 도쿄모자가 대신한다. 

 

b의 동생이라는 존재도. 꿈도. 10억도. 동생은 동생이 죽었으면 내가 행복해졌을 텐데, 내가 슬퍼해줄텐데, 뒈져하는 건 동생이잖아! 하는 부분에선 안쓰럽다는 생각보다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아픈 동생이 있으면 본인에게 부모님이 소홀히 할 수도 있고, 서운할 수도 있다는 건 알겠는데 동생에게 매번 라면셔틀 시키고 약도 버려버리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내의 행동들이 아니였다. '멋진 꿈은 비싸다. 그래서 나는 가질 수 없다.'는 말도 '10억만 있으면 행복할텐데, 동생의 병도 고칠 수 있고 내가 워싱턴 모자에게 이런 짓을 당하지도 않았거고...' 하는 독백은... 글쎄...  어쨌거나 랑도 B도 책도 모두 그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어른이 되는건 우울하다는 랑은 이제는 지어른이 될 준비를 하며 이야기를 끝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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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뭔가를 알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 뭔가를 얻으려고 책을 읽는다. 더 똑똑해지려고, 변하려고, 아니면 변하게 만들려고, 달라지려고, 더 멀리 가려고, 반성하려고, 기억하려고, 더 깊어지려고, 좋아지려고, 혹은 나빠지려고 읽는다. 지루함을 잊어 보려고, 슬픔을 잊어 보려고, 아니 슬퍼지려고, 지루해지려고, 기뻐지려고, 아니 기뻐지지 않으려고, 화를 내려고, 화를 참으려고, 화를 없애 보려고, 용서하려고, 용서하지 않으려고, 울고 싶어서, 눈물을 닦으려고 책을 읽는다. 그러니까, 무서워서 읽는다는 말이다. p110

 

여름 다음은 가을이었고 겨울 다음은 여름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더 이상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는 것은 어른이 되는 일뿐이었다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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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