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시장은 생각해 보니 1학년 때 이후로 가본 적 없다. 자주 방문하지 않으면서 저번에 대인시장에 관한 주제를 제시한게 마음에 걸렸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게 컸었고 실제로 방문한 목적은 님을 위한 행진곡 오르골 때문에!


님을 위한 행진곡 오르골을 알게 된 건 뜻 밖의 일이였다. 초밥을 포장하려고 기다리는데 초밥집에 널부러져 있는 예향이라는 지역 잡지을 넘기다가 청년 기획자 특집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 여러 기획자의 인터뷰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박○○씨의 광주의 5월을 담는 오르골이 인상 깊었다.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구입한 오르골을 보고 여기에 우리의 5월을 담아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그리고 어쩐 이유인지는 그 단락을 읽고 어딘가 찌릿찌릿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를 퇴사한 결단에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부분에서?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서 광주의 아픔을 일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부분에서? 그냥 마음 속 어딘가에 불이 붙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주제적인 것도 있었지만 어쩐지 낯이 익어서 관심이 갔던 것도 컸다. 왜 낯이 익는거지하고 검색해보니 이름도 낯익었다. 곰곰이 기억을 더듬다가 우리학교 선배라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박은현 기획자가 1학년 전공 수업때 선배로서 전공을 통해 앞으로의 진로 방향을 어떻게 설정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의를 하러 온 적이 있었다. 당시 ACC에 근무하고 있었고 동시대 미술담론 동아리에서 활동했으며 마을의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등 본인만의 색으로 어떻게 필드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 덕분에 ACC에서 하는 공연 프로젝트에 초대받아 공연 기획을 돕기도 했었고...! 그때 강의를 들었던 새내기가 이제는 졸업반이 되었습니다,,, 시간 진짜 빨라 ;-;


텀블벅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펀딩 기간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518 전야제 때 판매한다는 것을 보고 꼭 가서 직접 보아야지 했는데 그때는 과제를 제출하니 뭐니해서 가지 못하고... 이번에 대인시장 방문할 겸 겸사겸사 부스도 방문했다.




진짜 오랜만의 대인시장 방문이었다. 들어서자 마자 지금은 멀어진 친구가 생각이 물 밀듯이 났다. 그 친구랑 이리저리 쏘다니면서 예쁜 추억 만들었었는데... 대인시장을 한바퀴 걸으면서 그런 사색에 잠겨있다가 저 멀리서 오르골 소리를 듣고 아 이거구나 했다. 괜히 부끄러워져 한평갤러리에 먼저 방문해서 전시를 감상했다.



박문종 초대전 소용돌이와 混(혼)밥전! 

박문종 작가는 1980년대 '수묵 현실주의'를 표방하며 민중미술이라는 시대의 물줄기에 합류해 5월의 죽음을 주요 소재로 다뤘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제작한 일부 미 발표작들이다. 민주화의 열망으로 들끓었던 격동기 광주의 시대적 고민과 작가 자신의 외침을 캔버스에 토해낸 그 시기의 작품들에는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처절한 몸부림과 강렬한 끌림이 응축되어 있다. (전시 서문 참고)


거친 선에 거친 색칠 몹시 강렬한 인상이었다. 미완의 작품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실제로 발표하지 못했던 작품이라고 하니. 특히 '가위눌림, 1988'이란 작품을 보면서 가위 눌렸을 때의 저릿거림과 불쾌함을 붓끝만으로 담아낸게 신기했다. 앞서서 작품을 감상하던 부부의 말도 엿들었다. 저거 누가 봐도 가위 눌린 모양새네! 한편으로는 이 가위 눌림이라는 것이 단순히 가위를 눌린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5월의 죽음을 비유한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混(혼)밥전은 혼자 먹는 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섞을 혼자를 사용해서 혼자 먹는 밥이 아닌 다 같이 먹는 밥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5개국(한국, 중국, 인도, 미국, 프랑스) 6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로 장르도 다양하다. 점묘화, 사진, 만화풍, 드로잉, 수묵화, 자수아트...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작품은 인도의 비 아제이 샤르마 작가의 motherlands-1

작품이 굉장히 오묘했다. 처음에는 저주 의식인가... 뭔가 사진만 찍어도 부정타지 않을까...라고 까지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펜으로 그려진 토끼와 사슴 형상의 재물이 보이고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지 그 나라만의 전통 의식인 건지 궁금했다. 


컨텍스트에는 

애국심이 장소와 시간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질문한다. "행위의 잔여물"은 인간 문명의 시간과 미래의 위기를 해독하기 위한 시간과 역사적 기록을 가진 참고서이다. 작가는 공연, 대안 설치, 이미지, 비디오 및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하면서 전쟁과 역사의 대상과 사실을 이해하는 데 사용된 "행위"의 개념에 대해 질문한다. 그는 신화적・역사적 상징적 대상을 현시대의 허구적 서사로 재현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 상황을 정치적 행동을 통해 해석하고 종교적 우상의 역사를 입증하는 다양한 행위를 재현한다.

라고 적혀있었다. 이해가 될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는... 아무튼 이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윤연우 작가의 몽골3 청설모(?)가 매우 귀엽다



여담이지만 학교에서 청설모를 본 적이 있었다. 본관 내부로 들어와서 왜 여기까지 올라왔냐며 다들 다시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는데 밖이 아닌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순식간에 올라가버렸다. 그 청설모는 어떻게 되었을까?


둘러보면서 사진도 여러장 찍고 여기는 좁아서 사진을 찍기 불편하네,,,라고 생각을 했는데(전시를 관람하는데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전시를 마치고 SNS의 홍수에 빠져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네모난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한평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글을 보고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흡사 의식 처럼 무언가를 감상하기 전, 먹기 전, 카메라 부터 들이대게 되는데 그렇다고 SNS 활동을 특출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찍고 확인도 정리도 제대로 안 하면서 말이다. (그야 말로 의식ㅎ)


그렇게 전시 감상을 끝나고 부스를 향했다. 



오르골은 직접 돌려보고 노래 소리를 듣고 어떻게 조립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핑크와 메이그린 두 색상중에서 메이그린을 골랐다. 밤에 도청을 방문하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하고 어둠을 밝히는 빛이 더 선명하게 강조되는 것 같아서. 어두운 색을 블랙이아니라 그린이라고 표현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섬세하게 설정했다는 것을 느꼈다. 오르골을 받아서 옆에 비치된 우체통에 나에게 보내는 엽서도 부치고 엽서도 잔뜩 받아왔다. '오월, 광주에서 보내는 안부' 엽서 디자인 하나하나도 마음에 들었다. 


박은현 기획자 분한테는 굳이 후배라고 밝히지 않았다. 내가 그의 후배여서 이 오르골에 관심을 갖게된 것도 아니고 한 명의 광주인으로서 오르골을 사기로 마음 먹은 거였으니까. 생각 만으로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는 우리의 5월을 무겁지도 그렇다고 그 뜻을 가볍게 여기지도 않으면서 일상 속에서도 기릴 수 있다는 게 정말 의미 있는 것 같다. 광주만의 정체성을 가진 프로젝트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 광주의 정체성은 곧 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니까. 



집에 가자마자 조립하려고 펼쳤다. 봉투를 열고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었는데 내가 직접 조립하고 완성되어가는 걸 보면서 아 이런거구나 했다. 바보같이 분수 부분을 조립하다가 접혀버려가지고 분수 파츠만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렇게 칠칠치 못하다니까... 



완성! 완성해서는 침대 맡에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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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6월 22일까지 펀딩을 계속 받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확인해보시길

https://storyfunding.kakao.com/episode/39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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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의 소리는 이렇다! 영롱하니 마음에 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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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타로 잘 안 보는데 집에 가다가 수 많은 타로부스를 지나치고 출구 근처에 부스에 그래 기분이다 하고 보았다. 뭔가 어쩐지 지나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5천원을 주고 내년 진로운에 대해서 물어봤다. 

내년에는 재물운이 들어선다. 현재 내가 진로로 삼고 싶어하는 일에 호기심이 왕성한 상태고 지속된다면 그것이 재물운과 이어질 수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내년에 나한테 다시 연락할 일이 있을 거라며 명함도 한 장 주셨다. 그냥 재미로 보려고 들린 건데 지나치게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로 내년에 내가 생각하는 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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