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 셀렉션이 바림에서 유월에 첫날 한 시간 동안 상영된다길래 금요일은 원래 공강이고 마침 여유가 있어서 들렸다. 총 10개의 비디오 아트를 관람할 수 있었다.
낮부터 원인 모를 두통이 있었는데 저녁 시간에 특히나 심했다. 그게 너무 신경 쓰여서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통이 없었다 하더라도 언어의 장벽 부터 넘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이 라틴어로 상영되었고 영자막이 달려있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대강의 단어만 보고 때려 맞출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정말 영어를 못 하는구나 다시 한 번 여실히 깨닫게 되는 시간. 흑흑. 최근 온라인 회화 클래스 1년권 끊어놓고 5일하고 10일동안 들어가지 않았던게 생각나서 오늘 일을 동기로 밀린 회화 공부를 이틀치 했다. 진짜 나 지난 1n년간 뭘 한건지...
먼저 비디오아트 셀렉션의 소개말을 빌려오자면
섹션 1 : 정체성에 대한 에세이
주제 :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들 / 여성의 정체성 / 페미니즘 / 비언어적 남성 정체성
섹션 2 : 공간의 묘사
주제 : 공간과 시간 / 장소 특정성 / 상상의 세계
섹션 3 : 레지스탕스
주제 : 세계경제 / 자본주의 / 정치 / 신체와 죽음
여러 난관들이(내기준의) 있었음에도 나름대로 나중에 이렇게 개인적으로 정리 하고 싶어서 메모까지 하면서 보았다. 그러나 이해 못한게 절반 이상이라 감상평을 남기기에 애매하다는 게 문제이다.
그렇지만 여덟 번째의 열차의 무용수 이야기는 다른 것보다도 직관적인 영상이 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그냥 한 여자가 실제로는 춤을 추지 않지만 머리속에서는 춤을 추는 상상을 하는? 그런 복잡한 머리속을 표현한 것인줄 만 알았다. 열차 내에서 다른 승객들에게 집적 거리기도 하고 민폐 까지 끼치며 춤을 추는데도 아무도 그 여자를 신경쓰지 않는다. 장소는 뒤바뀌어 열차 밖 플랫폼. 빨간 천과 함께 마치 투우사가 된 것 처럼 강렬한 춤을 춘다. 한 편의 탱고 처럼 보이기도 했다. 빨간 천이 나풀거리는 영상과 여자가 춤을 추는 영상을 겹쳐서 연출하다가 나중에는 나풀거리는 빨간 천과 여자가 하나가 된다. 그렇게 강렬한 춤이 끝나고 그 무용의 모티브가 되는 텍스트가 상영 된다. 실제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버스와 열차 두 대가 충돌 했던 사고를 비유한 것으로 그 사고에는 내부의 정치인들의 부패라는 원인도 뒤 섞여있어서 더 큰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그 비유를 알고 나니 엄청난 소름이 돋았다,,,
나머지는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내가 이해한게 잘못 되었을 확률이 높다)
섹션 1
1. Made of breath / 삼대의 여성들이 빵을 만들면서 여성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2. The nails bed / 이부자리를 비슷한 방식으로 정리하는 두 명의 남성들을 보여준다
3. Claudio Ojeda / 마찬가지로 삼대의 여성들이 모여서 여성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15번째 생일파티에 대한 이야기가 주이다.
4. Femmes / 알몸으로 풀 밭에서 뛰노는 여성들
섹션 2
1. Komarov / 자신만의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 연사의 사진을 덧대어 붙여서 영상을 만들었다
2. Compostion N1 /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한 영상. 여러개의 정사각형으로 나누어진 창틀을 통해 보는 바깥 풍경의 모습. 그 정사각형 하나하나가 합쳐지기도 하고 다른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신기한 방식의 연출이었다.
3. Constitution / 기록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섹션 3
1. ODA / 열차와 열차 밖 플랫폼에서 무용하는 여성
2. EI Discurso / 정치 연설로 보였다
3. Itera /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다는 나레이션과 미로(?)가 점점 방대해지는 것과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마지막에 디렉터에게 질문하는 시간에 질문하고 싶은 것도 있었으면서 그 시간을 그냥 보내버리고 말았다. 내가 묻고 싶은게 영상만 봐도 알 수 있는 그런 것일까봐,,, 진짜 나 너무 바보 같다 ㅠㅠ
이렇게 비디오아트 셀렉션은 끝!
+
끝나고는 비치되어있는 바림 아카이브 2017 자료를 업어왔다. 대표분께서 라면 받침으로 쓰세요라고 농담을 했지만 집에 와서 도록이 이렇게 재미 있어도 되나 싶은 마음으로 단숨에 읽어버렸다. 작년 전시들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도 진짜 전시를 감상하는 듯한 생생한 작업물들의 기록이었다. 작년에 왜 내가 보러 갈 생각을 못 했을까 아쉬움만 남는다.
마찬가지로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하자면
레지던시 2017
바림을 옮기고 새로운 바림에서 열리는 첫 전시.
Duty Module /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흔히 지나치는 일상의 LED 전광판들. 그들은 특정한 목적성을 띄고 있고 자신만의 임무를 전달한다. 그런 LED 전광판과 한 때는 사람들이 많이 오갔지만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외면 받는 장소들을 주목했다.
Between / 도시 내에 있는 조형물들을 리서치. 의미는 사라지고 의도만을 가진 진정성 없는 조형물을 재현하여 추모의 방식을 비판했다.
I Want To Cry But I'm Not Sad-Solo Version /
눈물에 대한 작업, 퍼포먼스
Bevoque 시 / 광주를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은 것들을 기록. "버려진 것"들을 모아서 모양과 형태를 새롭게 결합할 수 있는 연구와 실험을 진행. 그 과정을 시로 표현한게 인상적이다!
큐레이토리얼 레지던시 - 큐레이터를 부르는 법
참여한 큐레이터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문제의식들에 대한 접근 과정을 전시형식과 글로 정리하여 발표했다.
공간을 구성하는 큐레이터 / 공유지의 비극. 길거리에 지나간 흔적들을 하루에 하나씩 사적인 형식으로 기록.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가 공유지인걸까?
사회인류학자로서의 큐레이터 / 택시와 관련된 사연들을 여러 형태로 수집했다.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택시에서 경험한 사연들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내 경험도 적어보고 싶다
당신의 성별을 알려주세요 - 여자
택시는 서비스업? 운송업? - 서비스업
택시는 대중교통이다 - 아니다
택시에서 경험한 나의 독특, 황당 사연(길고 자세하게)
1. 화순 병원 예약 시간이 늦어졌는데 버스 배차 시간은 25분 이런 식으로 남고 이래버려서 택시를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지원동에서 앱을 통해 택시를 잡았는데 출근시간에 시외로 나가려면 당연히 추가 요금을 내는게 관습이라고 당당하게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내가 처음이니 모른다. 얼마를 내는게 적당하냐 라고 물었더니 3만원이라고 답했다. 지도 앱으론 만 이천원 정도 나온다고 떴는데... 아무리 관습이래도 두 배 이상을 요구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현금 2만원 밖에 없다하고 2만원을 내고 내리긴 했는데... 원래 진짜 그런게 관습인건지,,,
2. 여행을 마치고 캐리어를 끌고 터미널에서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택시를 한시간 반 넘게 기다린 적이 있다. 끝없는 줄에 시간이 지나니 호객 행위가 넘차나기 시작했다. 얼마 추가로 내면 어디까지 태워드립니다! 그 때 난 바보같이 택시앱도 깔지 않은 상태였고 마침 휴대폰 배터리도 다 나간 상태고 이래버리니까 그저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백화점 내의 카페에 들어가서 몸도 녹이고 앱도 다운받고 핸드폰 충전도 하고 그러면 되었을텐데 미련했다. 겨우겨우 내 차례가 와서 택시를 타고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어차피 오늘 같이 눈 오는 날에는 택시 자체가 잡히지 않는다. 특히 터미널 앞에서는. 그럴 때면 백화점 카페 앞을 출발지로 잡아서 어플로 콜을 하면 그나마 택시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며 팁을 알려주었다. 택시를 많이 타지 않으니까 어플이 필요 없어서 깔지 않았던 건데 집에 가자마자 어플 부터 깔았다. 그리고 택시 기사한테 이 눈오는 날 호객하는 사람들은 택시 기사이냐. 대체 누구냐라고 물어봤다. 택시 기사가 돈을 받고 호객행위를 하면 기사 자격 박탈이다. 그들은 미리 택시를 잡아놓고 택시까지 데려다주는 돈을 자기네들이 먹는거라고 했다... 연례행사 같은 거라고 그런거 보면 무시하려며... 정말 돈을 벌려면 저렇게도 벌 수 있구나... 싶었다.
3. 택시를 타다보면 음... 난 그들이 보았을때 말동무로 적합해 보여서 그렇게 말을 거는건가 싶을 때가 있다. 간단한 호구조사부터 시작해서 부모님의 직업... 그런 개인적인 것도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물어보는데 그럼 난 별 생각 없이 대답하게 되는? 어차피 두 번 볼 사이는 아니니까...
적고 나니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정말 난 어마어마한 설명충이라는걸...
사회과학자로서의 큐레이터 / 예술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예술과 텍스트의 상호작용. 문화의 상호작용에 관한 작품들
커뮤니티 운영자로서의 큐레이터 / 예술 담론을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나누었던 대화를 기록. 이게 제일 인상 깊었다. 왜냐면 내가 최근에 느낀 생각들을 정리해 놓은 것만 같아서.
최근에 마음이 굉장히 허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우리 만나자고 연락했다. 좁은 인간 관계에 항상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고 새로운 만남을 갖더라도 그 관계를 유지하는 걸 어려워했다. 그래서 늘상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는데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소재도 항상 비슷비슷하다. 오랜 친구이면 늘상 그렇듯 추억을 팔이하고 신변잡이에 연예인 가십이나 이야기 하고... 이게 나한테 있어서는 굉장히 당연한 것이라 그것에 대해 특별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만남들을 연속으로 가지니까 허한 기분이 더욱 더 허해졌다.
내가 정말 관심있는 것에 대해서는 얼마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었나? 더군다나 유일하게 내가 마음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남동생한테서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누나, 누나가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대하기가 어려워.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누나가 가장 특이한 것 같아. 두 번째는 H누나(둘째이자 여동생) 우리집은 전형적인 공무원 집안에 보수적인 편이고 엄마 아빠 둘 다 예술이나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한 관심이 하나도 없다. 남동생도 마찬가지로 관심 없어하니까...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여동생은 서울로 올라갔고... 남동생 입장에서는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누나니까 맞장구 쳐주고 들어준게 다이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로 예술이나 철학에 대한 조예가 깊다거나 예술을 누구보다도 진정으로 사랑한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살만 붙이는 정도의 이야기 하는게 전부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남동생한테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신나서 이야기 했던 것 뿐이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그럼 어디서 할 수 있는걸까? 왜 난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없는거지?
그러던 찰나에 바림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된 거고... 그런 생각들이 많은 방면으로 해소가 되었다는 이야기,,, 흑흑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선배와의 주기적인 만남을 통해서도... 이걸 내가 졸업반에 깨닫게 됩니다 정말... 좀 더 빨리 깨달았으면 좋았을텐데
아키비스트로서의 큐레이터 / <광주미래전시예측게임> 지난 10년간 광주에서 있었던 전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 중 몇 개를 추린 주사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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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스페이스와 바림이 하노이에서 함께하는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
큰 연관성 없는 광주와 하노이의 연결점을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예술가들이 잇고 만들어 간다는 게 정말 멋진 것 같다... 지역과 지역 사이의 연결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이렇게 아카이브도 정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