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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평을 접하고 읽어야겠다 마음먹고 도서관에서 빌려두고 한참 안 읽다가 반납할 때가 되서야 단숨에 읽었다. 읽기 전에 주저했던 것이 더 컸다. 내가 그들의 생애를 단순히 흥미롭다는 이유로 궁금하다는 이유로 들여다보아도 되는걸까라는 이유에서였다. 매체에서 접하는 자극적인 IMF 보도의 단면적인 부분만 보고 은연중에 평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책 서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IMF 서사를 거부하는 데서 시작한다. IMF 위기를 단순한 외한 부족에서 일어난, 그것을 갚은 뒤에 진화(鎭火)된 단기간의 사건이 아니라, 전 지구적 변동 속에서 그때까지 한국을 이끌어온 권위주위 개발국가 시스템 자체가 문제시된 사태, 그에 대한 대응으로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야기한 핵심 계기로 파악하고자 한다. IMF의 시간을 '그때는 어둡고 어려웠었지'의 시간이 아니라, IMF 위기와 그 해법을 통해 새로운 금융 축적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신자유주의가 삶의 영역마저 잠식하게 된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시간으로 바라보려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당시 신문지면을 차지했던 수많은 몰락의 드라마는 없고, 이 막연한 '구조적 변동'이 한 사람의 라이프코스 속에 남긴 흔적들은 있다. 'IMF'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으며 회고의 대상이 아니라 거의 무매개적으로 우리와 함께하게 된 시대의 공기이다. 이 책 《IMF 키즈의 생애》에서는 'IMF'란 바로 그런 것을 가리키며, 그 시대의 공기, 너무도 익숙해진 시간을 사고하게 하는 매개의 기능을 한다.
그들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공감할 수 조차 없을 줄 알았다. 나이대 부터 생각하는 가치관, 처했던 상황 모든게 다르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입할 수 있었고 그들도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그들이 먼저 내가 속한 이십대의 초중반의 시기를 미리 거쳤을 뿐이라고. 그들과 나의 공통점은 아무래도 그때도 지금도 그렇고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무엇 하나 보장 되어지지 않는 청년의 시대라는 점. 그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왔다는 점. 불안정한 청년의 시기의 그 시작이 IMF라는 점.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우리 시대의 공기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30대인 이들의 생애사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밟은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이 교육의 서사는 직업의 서사와 인생의 서사로 직결된다. 이들 스스로, 또는 그들의 부모는 교육을 도약이나 성공 혹은 탈출의 유일한 도구로 여기지만, 결국 교육마저 모두의 성취가 허락되지 않는 확률 싸움이다. IMF 키즈들의 삶은 그 싸움을 뚫고 명문대에 안착한다 해도 기대했던 ‘성공’이나 ‘안정’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때 남은 선택지는 하루하루의 삶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의미’ 또는 ‘쾌락’을 찾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 책은 IMF라는 격동의 시기에 자아를 형성하는 청소년 시기를 보낸 이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져 있다. 공통점은 인터뷰어의 대부분이 평범한 공교육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청소년기의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이 본인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왜 그들이 보편적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는지 왜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에서 '어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차를 끌고다닌다거나 보험료를 직접 지불한다던가 그럴때 나도 어른이구나 다른 사람도 어른이구나 이런 것을 느낀다고... 그들이 당연히 나보다 더 어른인데 현재의 나보다 더 어렸을 나이에 크나 큰 결정을 했다는 것을 보고도 어린 나이가 아니라 현재의 나와 빗대어 어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어렸을 때 본 자유선언 주먹이 운다에 나오는 고등학생들을 지금의 나이에 다시 보아도 고등학생인데도 나보다 어른인 것 처럼 느껴지는 그런 느낌(?)
정치적 스탠스를 드러내는 경우도 상당했는데 그런 것은 둘째 치고 그 배경이 광주라서 반가웠던 것도 있었다. 내가 초중딩이었을 때 선거 팜플렛이 굉장히 뇌리에 박혀있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그 당시 그 팜플렛을 건 선거 후보가 모교 선배에 스물 여섯 여성이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놀라웠던 것도 있었고. 광주의 진보 정당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운 입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게 흥미로웠다.
인터뷰어 중 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했던 생각과 지금에 내가 하고 있던 생각이 동일하신 분이 있어서 너무 놀라웠다. 나는 그만큼의 재주도 뭣도 없이 막연히 대학교를 떠날 때가 다가오니 졸업 후에 이런 이런 일에 도전해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두 가지 일을... 내가 과연 뭔가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인터뷰어의 책을 조만간 읽어보아야지라고 생각했다.
한 인터뷰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광주에서 가장 탈광주적이라는 아문당! (특히 아문당이라는 줄임말을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터라) 아문당이나 바림의 이야기도 등장해서 반가웠다. 광주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래도 가장 흥미롭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인터뷰어 중에 광주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 세 사람이었는데 이야기하는 배경이 익숙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반갑...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야기들이 가장 와닿았던 것 같다. 그들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현실이라서... 그리고 곧 나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게 너무 아쉬워요. 그때 조금만 더 장기적인 전망을 할 수 있는 멘탈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땐 지나간다는 걸 몰랐어요. 이게 어쨌든 지나가는 시간이고, 지나가면 나는 돈을 벌게 되고, 사실은 엄청 젊다는 거, 그런 게 완전히 가려진 상태였어요. 그래서 지금 20대 중반쯤의 (제가 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 보면 얘기해주고 싶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기회는 계속 있고 아직 너무너무 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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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책을 쌓아두고 대출해두고 연체된 상태에 연체고 뭐고 다 읽고 반납하자라는 마음으로 한 권 한 권 씩 읽고 반납하고 있는데 대출 중지 기간이 8월까지다... 아무래도 한 번에 빌린 책이 많다보니까 방금 확인하고 놀람 ㅠㅠㅠ 괜찮아... 내게는 시립도서관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