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번째 카메라도 똑딱이 두 번째 카메라도 어쩌다 보니까 똑딱이 카메라가 되었다
데세랄이니 미러리스 같은 렌즈 부착식 카메라는 다루기 힘들 것 같았구... 내가 디카가 좋으니까... 여기에 외관도 예쁜 카메라를 찾아보았다... 몇 가지 후보가 있었는데... 골랐던 후보 중에서 제일 비싼 후지 x100f이 당첨... 아직 몇 번 들고 나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종강도 했으니 주구장창 들고 나갈 예정
지금 보니 카메라 외관을 제대로 찍은게 없다,,, 상자 내용물 늘어놓고 찍은 건 있어도
근데 진짜 예쁨 ;ㅅ;
2.
실은 카메라 하면 괜히 마음이 아련해지고 그런게 있었다 카메라에 대한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겠다
대학교 입학한다고 세뱃돈 받은것을 털어서 큰 맘먹고 카메라를 샀는데 서너번 쓰고 잃어버렸기 때문에... 여수여행, 남동생 중학교 졸업식, 친구들과 시내랑 천변 출사 > 세 번째로 들고 나간 날 잃어버렸다
쇼핑몰 화장실에서 바보 같이 놓고 나와버린 것이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에스컬레이터로 2층 올라가고 나서야 아 맞다 카메라 하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막 나오는 분한테 화장실 로비에 있는 분들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카메라 못 보셨나요? 물었지만 소득은 없었고 그날 처음으로 경찰을 불렀다,,, 경찰들 대동한 체로 CCTV실 가는데 사람들 시선집중... CCTV도 돌려보았지만 워낙 유동 인구가 많아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 길로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가서 형식적으로 진술서도 썼다. 그냥 마음이 심난했다. 진술서를 쓰면서도 이 카메라를 그럼에도 찾을 수 없겠다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내가 화장실에 나와 위층에 올라온 그 짧은 5-10분여의 시간 동안에도 수십명이 화장실 앞을 오갔고... CCTV에 보이는 실루엣으로는 대강의 옷차림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사람의 형체가 제대로 보이는 것도 아니였다. 카페나 음식점 같이 카드를 쓴 기록이 남는거면 몰라도 특정 목적 없이 '화장실'을 쓰기 위해 오가는 사람이 더 많은 케이스라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누굴 탓할 것도 없이 거기다가 놓고간 나의 불찰이 제일 큰 것이다.
한 번은 전화로 한 번은 문자로 해당 사건은 이러 이러한 이유로 해결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문자가 왔고 내가 경찰서에 갔다는 것을 잊어버렸을 때 쯤 에서야 미제처리가 되었다고 연락이 오면서 그렇게 끝이 났다.
당시 부모님은 너가 속상할 거라는 거 잘 안다 너의 돈으로 산 카메라지만 부모님의 돈으로 사주었더라도 카메라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탓하지 않았을거라면서... 그런데 거기에 들어있는 사진들은 어떡할거냐며... 특히 남동생 졸업식 때는 내가 사진사를 자처해서 카메라로만 사진을 찍은 바람에 그 외에 남는 사진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남동생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이때의 일 때문에 카메라에 대해서 더 이상 카메라에 관심도 가지 않았고 카메라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유럽에 다녀오고... 친구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걸 보면서 최근에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스물스물 저미기 시작하더니... 역시 이 마음을 주체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사는 수 밖에 없어 <-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샀다
살만한 돈이 충분히 있었다는 것도 한몫했다 실은 묵혀두려고 했는데 돈이 있으니까 존버라는게 힘들었다... 바로 묶어버리던가 그랬으면 카메라를 가지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있었을텐데...
카메라를 샀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 말을 하기까지 나의 온갖 TMI를 남발함...
3.
카메라가 도착한 날 바로 게시하고 싶었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늦어버린 상태라서 애매했다. 그럼에도 굳이 스트랩을 끼워서 들고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내가 정말 사진을 찍지 못하는 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이게 똑딱이 카메라지만 조작법은 필름카메라와 비슷하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기본 설정으로는 밤의 풍경을 도저히 담아낼 수 없었다. 손떨림 방지도 되지 않아서 찍는 족족 다 흔들리고 건진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찍은 사진도 포맷 버튼을 눌러버려서 다 날아가게 만들었다. 내게 너무 과분한 카메라가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집에서 찍어본 민음사 에코백
본격적인 첫 게시는 그 다음날인 13일 지방선거일날에! 그날 오전 수업 때문에 아침 일찍 나오면서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교수님도 야속하시게... 이날 6시간 보강을 잡아버렸기 때문이다. 출장으로 2주간 휴강이 있어서 현충일과 지방선거까지 포함하면 총 4번 빠지게 되어버리니까 보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맞으면서 5분거리의 투표장에 갔다. 투표장까지 보이는 전경 ㅋㅋㅋㅋㅋ
매우 익숙하고 낯익은 풍경인데도 사진으로 보니 진짜 예쁘다bbb
투표장에 도착하자 카메라가 왠지 부끄럽게 느껴져서 숨겼다. 투표를 마치고 그럼에도 투표장 정경을 한 번 담아내고 싶었다. 카메라를 들고 입구에서 서성거리자 입구의 감독관분이 웃으면서 인증샷 찍어드릴까요 물어왔다. 왠지 모르게 관종이 되어버린 기분,,, 감독분들을 의식하면서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항상 그렇다. 왜 이런 사소한 것 조차도 의식하게 되는 건지 ㅠㅠㅠㅠㅠ
투표 끝나구 한컷... 인주 진짜 금방 번저버리더라
마음 가는대로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6시간의 보강 수업 이후 책방이랑 바림에 들리기도 하구 다른 글에 포스팅할 예정 ㅎㅅㅎ 생각해보니 13일 이후로 제대로 찍은게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근데 진심 막찍어도 예쁘다 클래식 크롬 필터bbb
아래는 별 주제 없는 사진들
이제보니 찍은 구도가 비슷비슷... 하늘에 건물 나무들 보이게,,,
이게 화각이 좁은 편이라서 건물을 한 번에 담기는 어렵다...
그리고 악세사리에도 욕심이 생겨 ㅠㅠㅠㅠㅠㅠ 지금은 그냥 알라딘에서 받은 파우치에다가 넣고 다니는데 파우치가 푹신푹신해서 괜찮지만 속사 케이스도 알아보고 있다... 근데 넘 비싸 흑흑
울 동네 교회
엄마가 포장해가지고 온 초밥
남동생이 산 블루투스 스피커
노래에 맞추어서 색깔이 파파박 바뀌는게 넘 예뿌다
아문당 시계탑
아문당 분수대
가게 이름이 마음에 든다
'나를 더 사랑하는 가게'
이게 사진 원본은 6000x4000에 사진 한장당 10MB라서 뜻하지 않게 크기를 줄였는데
그래서 그런가 다소 화질이 떨어져 보이는 것 같기도 하구... 모르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