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의 마지막날에 방문했었다
레지던시 포스터! 처음에는 뭔가 싶었는데 전시를 다 보고 나서 포스터의 모티브를 작품을 통해서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8년 레지던시는 예술가로서 활동을 시작한지 5년이 되지 않거나, 시각예술의 밖에서 활동해온 신진예술가 4명이 함께했다.
이루리 작가는 사회 속에서 주목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정혜윤 작가는 여성의 노동을
주현욱 작가는 동상을
벡스 엡스타인 작가는 식물을
주제로 했으며 특히 사회적 맥락을 시각예술의 영역에 도입하고자 하는 태도가 돋보였다
전시장인 3층과 옥상을 네파트로 나누어서 전시가 이루어졌다
먼저 옥상에 있는 벡스 작가의 작품부터 살펴보았다
옥상 위에 들어서자 다른 이들이 먼저 멤버십 동의서를 작성한 흔적과 작가의 작업물들이 반겨주었다
식물조력기관 (Institute of Plant Motivation, 약칭 IPM)의 미션은 식물과 인간의 친밀하고 합의적인 연대감의 형성을 지지하는 것에 있다. 벡스 작가는 IPM의 설립자이자 CEO이다. IPM 인간이 식물의 삶에 끼친 막대한 피해를 인지하고, 식물이 그저 생물로서가 아닌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IPM은 인간과 식물의 스펙트럼 사이의 권력 계층을 뒤집는다.
IPM에 안내되어지는 열 가지 수칙과 관련된 내용이다
작업물을 감상하기 전에 동의서를 읽고 작성하고 있었는데 벡스가 올라와서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주며 IPM이 회원이 되었다는 도장을 찍어주었다
계약서의 도장을 찍고 하나는 벡스가 다른 하나는 내가 갖는다
영상은 실제로 IPM에 가입하고 수칙들을 준수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담은 영상이다
벡스가 영상을 보고 있는 내 옆 의자에 앉아 물어보았다 작품이 어떠냐고...
나는 이미 밑으로 내려가기 전에 벡스에게 작품을 감상하고 느낀점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 내가 전할 말을 파파고로 치고 있었다,,, 마침 벡스가 내게 왔길래 그걸 보여주었다,,, (머쓱
벡스가 그걸 읽고 흐뭇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이런 저런 말을 걸었는데 스몰톡 조차도 어려우ㅓ하는 나 간단한 문장도 제대로 못 말하는 나,,,
물론 교감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벡스가 내게 허브를 선물하고 허브를 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벡스의 카메라로 담아갔다
나 역시 벡스를 카메라로 담아냈다 자신의 화분을 안고 포즈를 취하는 벡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나는 자격 박탈되었다
조만간에 다른 화분에 옮겨야지 하고 거실 선반위에 올려두었는데 다음날 집에 돌아오자 사라져버린 것이다 엄마가 왜 이런걸 들고왔냐며 치워버렸다... 이건 엄마를 탓할 것도 아니다... 내가 엄마한테 이거 내가 화분에 옮길거니까 손대지말라고 특별하게 언질을 준 것도 아니었고 진짜로 생각했었다면 그렇게 무방비하게 두면 안 됐었다 내 잘못이다
다음 작품은 세상의 모든 안녕
아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글이다
안녕하세요.
나는 진짜 안녕한가? 안녕은 뭘까?
늘상 하는 인사에 진짜 의미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내가 안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민을 계속하는 이유는 안녕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롯이 나의 안녕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고 그 다음 어떤 마음을 담아 다른이에게 인사를 건낼지 같이 고민 해본다.
나는 호기심을 가졌던 사람들, 궁금했던 장소들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관심이 중요하다.
대상은 언제나 빛을 머금고 있다. 그 빛을 보려면 내가 관심이 있어야한다. 관심이 빛을 더 발하게 해주고 덩달아 나도 밝아질 것이다.
수칙대로 안녕에 대한 자수를 직접 새기면서 나의 '안녕'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완성물들 완성물은 놓고 가도 기념으로 가져가도 좋다
종이에는 '안녕'이 들어간 문장들을 구멍으로 뚫어가지고 그 구멍들에 맞추어서 제공된 실을 통해 글자를 이어 자수를 새기는 형식
엉망진창으로 바느질을 하는 나의 모습
수칙에는 바느질은 어떤 형태로도 좋다 실이 바늘에서 빠지면 다시 넣어서 진행하면 된다는 식의 글도 함께 적혀있었다 그 부분을 보고 괜히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굳이 손을 저렇게 하고 찍을 필요가... 지금 보니 웃기다
실이 부족했는데 다시 바늘에 넣고 이을 자신이 없었다
완성작아닌 완성작이 되어버렸다 기념으로 집에 가져갔다
벽 맞은 편에는 야광으로 읽을 수 있는 글귀들이 적혀있다
다른이들의 안녕에 대한 글들 낚시줄을 이어서 글씨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주현욱 작가의 메모리네크로맨싱 (N35.1° E126.9°)
모든 것을 기억 가능한 형태로 아카이빙 하는 21세기적 기억의 서사망 표현에 얼룩처럼 묻어있는 20세기 시사망을 강령시킨다
1. 소환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km의 범위를 설정한다.
2. 설정된 범위 내의 유폐된 기념인물상*을 타겟팅한다.
3. 해당 타겟을 스캔한 후 소환 지점에 불러낸다.
*유폐한 기념인물상은 기존의 중심부에서 물리적/상징적 추방을 당한 기념인물상을 의미한다. N35.1° E126.9°에서는 20세기 세워진 인물 재현상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 작품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해서 아쉽다
마지막으로 정혜윤 작가의 구.디. 2번 출구
정혜윤 작가는 IT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이다
내가 작품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감사하게도 작가님이 직접 포즈를 취해주셨다
원래 얼굴까지 들어나게 찍었는데 신상을 공개하고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라서 사진들을 잘라냈다
구로공단. 사라진 옛 공장터에 디지털 복합단지들이 생겨났다. 100만 달러 수출역군들의 빈자리는 또 다른 노동자들이 승계했다. 나란히 늘어선 재봉틀과 작업대 대신 촘촘한 파티션으로 자리가 나뉘었다. 파티션 속 노동자들은 언뜻 같아보이지만 다른 삯을 가진다. 같은 시간을 들여 일하지만, 삯은 적다.
"단추(봉제)를 달던 사람들이 이제는 버튼(웹)을 달고 있죠."
시간이 지났어도 작업이 바뀌어도 사람이 달라도 하는 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라 시간을 쪼개고 삵을 줄여서 사람을 부릴 수 있다 한다.
시간 선택제. 파트타임(시간제). 경력단절.
이 작업은 내가 구로디지털단지의 IT중소기업에서 노동하며 경험한 '왜 특정 직무에만 여성이 많은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리서치는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으로 시작하여 산업구조의 특성과 국가의 정책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졌다.
리서치의 결과물로서, 시간이 지나도 같은 공간 안에서 똑같이 벌어지는 차별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와 국가와 산업계의 인식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동시에 띄워 서로 다른 메세지를 보여주는 디지털 '재봉'을 게재한다. 재봉틀을 힘껏 밟을수록 페이지마다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뚜렷하고 명확하게 수놓아진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다."
작품은 재봉틀에 손을 올리고 페달을 밟으면 글자 하나하나가 화면에 입력되며 진행되어진다. 페달에 힘껏 힘을 줘야만 인식이 된다. '힘껏' 페달을 밟아야만 화면을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와 닿았다
작업물 마지막 페이지
"더 많은 여자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재봉틀 앞에는 어떻게 이 작품을 설계했는지에 대한 안내서가 적혀있다
처음 기획한 형태와 뒤에는 그런 형태에 대한 태그들이 쓰여져 있다
전시장의 전경...
사회와의 관계안에서 미술적 언어를 찾아 나가는 과정들에 대한 기록 네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렇게 레지던시에 대한 기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