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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는 <싸울 때 마다 투명해진다>라는 산문집으로 먼저 접한 작가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도 전에 반가웠다. 산문집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절반이상 읽고 아직 완독하지 못했다... 조만간 이책도 읽고말테야...!
'출판하는 마음'에는 출판계를 종사하는 여러 직종의 사람들의 마음을 엮어낸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이다. 은유 작가도 여러 직종의 출판 노동자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인터뷰에 임한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되는 과정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읽는 입장에서도 은유작가에게 공감하고 이입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흔히 책을 만드는 사람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아무래도 작가일 것이다. 머리를 싸매면서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은 쉽게 떠오를 수 있다.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책이 쓰여지고 어떻게 그 책이 우리한테 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생각하기 힘들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떤 상품을 소비할때 그 상품을 보고 상품을 소비하지 그 상품을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먹는 것들, 입는 것들, 그 밖에 대다수의 상품들을 그저 결과물만 취하고 소비해왔다. 책도 그렇다. 책도 최근 출판업에 관심이 생겨서 최근에서야 저자가 아닌 다른이들의 이름도 들여다 보았지 이전엔 책을 만드는 저자만 기억할 뿐 굳이 뒤의 판면을 살펴보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굳이 책의 판면을 살펴보지 않은 이들이 많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우리가 책을 만들어지는 장면을 떠오를 때도 저자가 글을 곱씹으면서 쓰는 장면 외에는 떠오르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책의 판면을 살펴보지 않아도 책을 읽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 책 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가가 아닌 책의 판면에서 이름으로 존재하는 이들에 대해 주목한다.
김민정, 문학편집자의 마음
너구리 김경희, 저자의 마음
홍한별, 번역자의 마음
이환희, 인문편집자의 마음
박홍기, 출판제작자의 마음
문창운, 출판마케터의 마음
박태근, 온라인 서점 MD의 마음
정지혜, 서점인의 마음
이정규, 1인출판사 대표의 마음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9인의 출판업에 대한 마음들을 하나로 엮었다. 하는 일은 달랐지만 책을 향한 본질적인 마음은 같아보였다. 책이 그들에게 생업이고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책의 제작을 가담하는 사람들이라서 책을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입장에서 책을 이야기 한다. 이제는 '사양사업'으로 분류되는 출판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리고 내가 그러한 출판업을 하고 싶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마지막에 곁들여져 있다.
아무래도 가장 익숙하게 다가왔던 것은 김민정 문학편집자님...
김민정의 능력은 팔리는 책을 만드는 것을 넘어 출판의 판도를 바꿨다. 명소와 숙소와 맛집 정보는 모조리 뺀 여행책, 부러 가독성 떨어지는 폰트를 사용해 언어에 머무는 시간을 늘린 시집, 제목만 읽어도 감성 터지는 문장형 제목 등 지금은 익숙해진 이것들은, 한 사람의 잘 조율된 계획과 야심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책을 뜯어먹고 자란 사람의 본능과 광기가 뚫어낸 성과다.
이병률의 '끌림'부터 시작해서 문학동네의 아름다운 제목들이 돋보이는 시인선들 그리고 그 시인선에 제목부터 폰트부터 하나부터 모든 것들이 기획된 것이라는 것. 최근에는 '난다'라는 문학동네 출판그룹의 출판사의 대표로서 기획한 책들까지 김민정 편집자의 손을 거쳤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최근에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를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읽어본다 시리즈가 놀라웠던 것은 흔히 서평이 책이 되어질 때는 한 책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녹여내는 경우를 더 많이 보았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단순히 책들을 읽고 쓴 메모들도 책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좋았다. 박준 작가가 쓴 산문집도... 시집으로 접했던 독자들을 산문집으로 끌어오고 산문집으로 접한 이들을 시집을 찾아 읽게하는 유기적인 관계가 굉장히 잘 이루어지는 케이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창운 출판 마케터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마케터의 역할을 심도있게 설명해주었다. 책이 뿅하고 날개 달린 듯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달아주는 게 마케터의 역할이라는 것. 마케팅 사례중에서는 서평단을 이용해서 기존 서평단의 91.6%가 극찬한 소설이라는 마케팅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 작가의 다음 책도 똑같은 마케팅을 했지만 두 번은 통하지 않았던 것도...!
이정규 대표의 코난북스 이야기도... 최근 코난북스 출판사의 책을 읽었는데 나는 전혀 그게 1인 출판사라고 생각을 못하고 읽었기 때문이다. 1인 출판사를 성립했던 계기와 그리고 점점 규모가 커저나가는 과정 '아무튼' 시리즈를 세 출판사가 함께 만들어낸 이런 이야기들... 아무튼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조만간 읽어야지
그밖에 다양한 출판 종사자 분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주목 받지 않은 이들을 다루는 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