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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어지는 책을 정말 오래 붙잡고 있다가 마음을 다잡고 읽어 나갔다. 덕분에 시립도서관도 연체되어버리고 책을 빌릴 수 있는 방도가 사라져버림. 이용하는 모든 도서관 연체... 나는 몰랐다. 이름이 다른 도서관이라도 하나의 시립도서관으로 묶어 있어 한 곳이 연체 되면 모든 곳에서 연체가 불가능한지... 집에 쌓아둔 책도 많은데 이 기회에 한 권 한 권 읽어나가야지...
흔히 우리는 큐레이터 하면 미술관 박물관에서 일을하는 사람을 떠오르기 마련이다. 나도 그렇다. 그렇지만 '큐레이션'이라는 단어에는 '예술 작품이나 문화재 등을 수집하고 보존 전시하는 일',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하고 편집하는 일' 외에 세 번째 뜻도 존재한다. 바로 '과잉된 정보를 과감히 덜어내고 새롭게 조합해 가치를 재창출해내는 일'이다.
이 책은 바로 큐레이션의 세 번째 뜻을 다루고 있다. 이제는 정보를 생산하는 것만큼이나 과잉된 정보를 과감히 덜어내는 것을 더 필요로 하는 사회라고 말이다. 정보 과잉 시대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갖게 되었는데 왜 행복하지 못한걸까?로 시작해서 오늘날의 경제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오늘날의 문제는 왜 발생하는 거고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하는지 그리고 그런 시대에 왜 큐레이션이 필요한지 이어지는 것으로 구성된다.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다. 전공과도 연관이 있는 내용이기도 했고. 더 이상 큐레이션이 미술이라는 영역에서만 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모든 부분에서 큐레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흔히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좋지 못한 표현이지만 결정장애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유독 스스로를 '결정 장애'라고 지칭하는 이들이 꽤나 많다. (나를 포함해서) 단순히 그게 그 사람만의 특성의 문제인걸까? 아니면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특성 중 하나가 되어버린 걸까? 이런 것과 연결지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는 더더욱 '큐레이션'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 클릭만 하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책을 통해서 정보를 찾지 않는다. 정보를 제공하는 책의 역할이 희미해진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전처럼 책이 많이 읽혀지지 않는 시대에 그럼에도 아마존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상세하게 서술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책 뿐만 아니라 영상, 사이트, 그밖에 최근의 모든 트랜드 들에 쓰이는 큐레이션 사례. 오히려 과감히 덜어낸 단순함이 승리한 마케팅 사례 이런 것들도...! 난 야후가 텀블러 인수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한 번 잡고 읽고 보니 왜 내가 이걸 오래 붙잡고 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근데 내가 정말 숫자에 약한 것 같다... 막 숫자 많고 경제 어쩌고 이런거 진짜 안 읽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