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시집 낭독회! 테마는 시인이면서 책방쥔장이기도 한 시인들의 시이다.

김이듬 시인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책방 이듬을 유희경 시인은 서울 신촌에서 위트앤 시니컬이라는 시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낭독한 시집은 김이듬 시인의 <표류하는 흑발>과 유희경 시인의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이라는 시집이다. 두 시집 모두 각 시인의 가장 최근의 시집이다. 


사실 나는 이번 자리에서 두 시인의 시집을 처음 접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이런 자리를 갖는 것은 처음이라서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의미 부여하자면 내가 시인분들의 시를 직접 낭독하는 시로 처음 알게된 거니까 시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너무 좋았다. 별 다른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앉아서 시를 낭독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자리가 광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찾아보지 않아서 전혀 몰랐었는데 책방내에서 낭독회가 계속 이어져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중에도 이런 자리가 있으면 참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도 시집이 몇 권 있기는 하지만 항상 시집은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은 그런 기분이 컸었다. 

어쩌면 시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일 수도 있겠다. 항상 스스로를 시에 문외한이라는 것을 항상 가정하고 읽었으니까... 봐도 내가 이 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들과 함게 읽었으니까...

그랬었는데 그 시를 직접쓴 시인들과 낭독을 함께하니 아무렴 어때라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좋은게 좋은거라면서 시인들이 낭독한 시가 마음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먼저 유희경 시인의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시집부터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낭독한 시는 


지난날의 우주와 사다리와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한낮 

지옥 

MILK 

작은 일들 

여름 팔월

붉고 흐리고 빠른

조금 더 따뜻한 쪽으로 

봄 


김이듬 시인의 <표류하는 흑발> 시집을 통해 낭독한 시는 


젖은 책 

간주곡 

마지막 미래 

표류하는 흑발

철수

쉽게 잊을 걸세

인종차별 

눈 오는 날 

행복한 음악


객석에서 낭독한 시는

한 사람

예술과 직업

언니네 이발소 (별 모양의 얼룩 시집에 수록)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아쿠아리움 (월간 시인동네 4월호, 2018)



이렇게 시를 낭독했다. 두 시인 모두 위트가 넘치셨다. 그냥 자연스럽게 웃게되고 미소짓게 되는...? 글만 아니라 사람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에 대한 코멘트도 시를 낭독한 후 이야기가 오갔었다. 왜 이런 시가 쓰여졌는지 이 시기에 나는 어떤 것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인분들의 말씀을 메모도 하고 블로그에 그런 이야기와 함께 포스팅을 하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옮겨 적으려고 하니까 내가 시인분들의 말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옮기는 과정에서 실례가 되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러워진다. 두 시인 모두 시인으로서의 세계와 책방 주인으로서의 세계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답변을 해주었다. 


낭독한 뒤에는 간략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유희경 시인의 제자들도 낭독회를 함께 했는데 낭독회가 끝나고 제자 분들과 교감하는 것을 보고 어쩌면 되게 멀게만 느껴졌다는 시인이라는 직업이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졌다. 김이듬 시인은 책방 내에 있는 책들을 잔뜩 사가시고 가셨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찜한 책도 있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시집에 직접 사인을 받는 것도 처음 경험했다...! 이건 나만 봐야지 ㅎㅅㅎ


우연한 만남으로 친구가 된 분도 있다. 두 시인의 시집을 나는 중간 쉬는 시간에 구입했는데 첫 시간에는 촉박하게 도착해서 시집을 구입할 시간이 없었었다. 그런데 옆 자리 분이 시집을 보여주어서 같이 읽을 수 있었다. 그분한테 오늘 이 시집을 구입한 것이냐고 물었는데 원래 두 시인은 좋아하는 시인이라서 원래 소장하고 있던 책이라고 했다. 전공도 문예창작과라고 하셨다. 나보다 훨씬 어리신 분이지만 그래도 칭긔칭긔~~ 짧은 시간이지만 그분과도 진지하게 취향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낭독회가 있으면 함께 오자고 약속하면서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발목에 모기를 왕창 물렸다는 사실...

그럼에도 왕창 행복한 밤이다 


+


카메라를 들고와서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건진건 별로 없지만...) 

지금은 사진을 옮기는게 너무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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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