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하고 카메라를 들고나갈래도 내내 장마여서 마땅히 카메라를 들고 나갈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틈틈히 비가 그쳤을 때 찍었던 사진들, 그중에서도 특별한 주제가 없이 내가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담은 사진들을 함께 올린다. 신기하게도 카메라가 생겼을 뿐인데 그동안엔 가지 않았던 길로 돌아가게 되고 그 틈에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은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기술적인 게 많이 부족해서 서툰 사진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서 글을 쓴다. 이제는 장마도 끝났겠다. 더 많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 맑은 하늘 아래서 처음 찍었던 사진 만큼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아...
장마가 오기 전의 맑은 하늘 전봇대
최대로 확대해서 찍은 달!
몇번 들고 보니 따로 악세사리를 사야하나 이런 생각도 든다 사진은 너무 예쁜데 화각은 한정적이라서
능소화의 여름이라는 걸 실감했던 곳곳의 능소화들
장미의 여름과 능소화의 여름 각각의 꽃이 피고 지는 것만으로도 여름이 어디까지 왔는지 실감할 수 있다
건물과 건물 틈에서
비가 그치고 사직도서관에 갈 채비를 했다
원래는 양림동 쪽을 갈때 전대병원에서 내려 천변을 건너 갔었는데 이번에는 KBC 방송국에서 언덕 위로 올라갔다 평소에는 가지 않았던 길이라서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 곳에서 만난 칭구
얼쩡거리면서 혹시 이 강아지 사진 찍어도 되냐고 주인분한테 물었는데 흔쾌히 사진 허락하는 것을 넘어 옥상에 초대까지 해주셔서 감사했다 덕분에 멍뭉쨩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옥상에서 이 친구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서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옥상 꼭지점에서 대각선 꼭지점까지 1초만에 날아간다.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인한테 꼬리를 흔들다가 나한테 쓰다듬 한 번 받고 가고 옥상 문에서 다른 사람이 오가나 보고 의자 모서리를 깨물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활동을 하는 친구였다.
주인분한테 이 친구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한 살 되었고 이름은 아직 없다며 나보고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나한테 그런 중대한 임무를 맡기다니 당황했다. 지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다... 하얀마음 백구...? 백구...? 백구라도 불러도 괜찮을까요? 하고 백구라고 불렀다.
주인분은 다른 분이 맡긴 강아지를 잠시 맡아두고 있는 거라고 했다. 워낙 사람도 좋아하고 낯을 가리지 않은 아이라서 귀찮을 때도 있다면서... 그렇게 주인분과 내맘대로 이름을 붙인 백구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헤어지고 내 원래 목적인 사직도서관으로 향했다
몰랐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둘레길이었다.
내려가서 가는 길에는 한 아주머니 분을 만났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기자양반이냐고 자기도 한 번 예쁜 사진을 찍어주라고 하셨다. 지금 카메라를 배우고 있다 사진 한 장 찍어드리겠다고 하니까. 농담이었다고 아이고 예쁜그~ 마음이라도 받겠다고 하면서 웃으셨다.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길가다가 본 우체통... 초점이 완전히 꽃에 맞춰져버린...
비 때문에 능소화가 다 져버릴 줄 알았는데 여전히 피어있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사직 도서관 맞은편에는 이야기 배달부 동개비가 살고 있다
양림동의 마스코트라는 것은 알았는데 이렇게 카페를 만들었더는 것은 이날 처음 알았다
동개비를 주인공으로하는 애니메이션 방영도 했었다고...!
카페 내부로 들어가면 직접 엽서도 보낼 수 있고 다양한 체험 활동들도 할 수 있다
사직 도서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들어갔다 나오니 어느샌가 이렇게 어두워져 있었다
밤의 능소화
괜히 이런 것도 찍어보게 된다
이발관 전체적으로 찍고 싶었는데 이 카메라로는 도저히 제대로 담아지지 않았다... 빌어먹을 화각
벽에 붙어있던 둥지...
펭귄마을의 또 다른 입구
천변 쪽에서 본 이름모를 새랑 고양이
새는 대체 뭔지는 모르겠다 오랫동안 저렇게 서있다. 마주친 것만으로도 행운을 가져다 주는 듯한 느낌...! 근거는 없지만 그런 느낌을 받아서 사진으로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최대한으로 확대한 것이 저것이다.
고양이는 시장이 근처라 그런지 되게 많이 봤다. 그러나 건진 사진은 이것뿐...
이 고양이를 찍을 때 다른 아주머니분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무슨 사진을 그렇게 열중하면서 찍냐면서... 사진을 보여주니 웃었다. 아주머니 분은 목욕탕에 갔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자기 손녀 같다면서 나를 보니 손녀가 생각난다고 그랬다. 자기도 직장인 손녀랑 대학생 손녀가 있다면서... 그렇게 조심히 집으로 가라고 헤어졌다. 뭔가 카메라를 들고 얼쩡거렸을 뿐인데 뜻하지 않은 만남들이 생긴다는게 신기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천변~남광주 시장 쪽길로 갔다
사진을 찍을 때는 이렇게 어둡지 않았고 빛이 산란되게 보여서 노출을 내린 것이다
이건 다른 날
산수미술관에서 돌아가는 길이었다
분명 가는 길에는 이렇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도 이상할 것 없는 하늘이라
우산을 놓고 온 것을 후회했었는데 어느샌가 먹구름들이 가시다니
버스를 기다리다가 15분 넘게 남았길래 하늘이 너무 예뻐 골목길로 들어가 사진을 몇장 찍었다 진짜 예쁘다 이런 하늘 좋아 창가에 비친 하늘도 예쁘다
이것도 아마 산수동 쪽에서 색 대비가 좋아서 찍었는데 구도가 별로다
책방 가는 길의 옹기종기 강아지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