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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적인 성격을 띄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픽션이다. 타부키가 페소아가 생을 마감하기 전의 마지막 사흘을 상상하여 타부키만의 색채가 담긴 또 다른 소설로 재창조시켰다. 페소아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도 페소아의 실제 주변인물이거나 생전의 페소아가 썼던 다른 가명들에 다른 인격을 부여한 페소아의 또 다른 자아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짧은 글로 쓰여졌지만 이 책을 읽고 얼마나 타부키가 페소아를 존경하는지, 그의 작품세계에 애정이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페소아의 타부키의 책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타부키가 설치한 여러 장치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그럼에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허구와 현실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세계로 이끈다. 어떤 정신착란이라는 부제가 정말 잘 어울리는 느낌... 담담하게 서술된 한 사람의 죽음의 무게에 대해서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타부키는 페소아의 담배가게라는 시를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았다. 헌책방에서 페소아가 알바루 드 캄푸스라는 가명으로 쓴 '담배 가게'라는 시를 발견하고 느꼈을 강렬한 감정... 조만간 두 작가의 책도 읽어보고 싶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싶을 수도 없다.
그러나저러나, 나는 내 안에 세상의 모든 꿈을 품고 있다.
- 담배가게 서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