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국내도서
저자 : 이나이즈미 렌 / 최미혜역
출판 : 애플북스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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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하는 마음의 일본 버전 

비슷한 주제의 책이 비슷한 시기에 출판 되어진 걸 보면 1인 출판, 독립 출판이 활성화 된 지금 같은 시기에 이러한 책이 필요하다고 각각의 출판사들이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출판하는 마음은 내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느낌이라면 이 책은 만들어지는 과정에 더 무게를 둔 느낌이다. 책을 쓰는 작가부터 시작해서 세부적인 교정, 서체, 디자인 하나하나까지 책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완성되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이 함께했고 어떤 마음으로 임했고 어떤 세부적인 과정이 이루어져있는지가 담겨있다. 


그들이 하는 일은 한 권의 책과 책의 세계를 구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평상시에는 별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매일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일을, 그리고 그 일에 담겨 있는 그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어쩌면 내 의무가 아닐까 싶다.


이 책도 출판하는 마음과 비슷하게 저자가 논픽션 작가이고 저자 자신도 작가면서 책에 대한 어떤 수고가 담겨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고 고백하며 시작한다. 그로부터 온라인 잡지에서 매 주마다 책과 관련된 이들을 인터뷰를 연재했고 그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에는 제목처럼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있다. 한국의 출판 시장과 일본의 출판 시장은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자연스레 비교하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얼마 전에 비슷한 책을 읽어서인지 더더욱 그런 점이 의식이 되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출판 시장이 이전보다는 훨씬 많이 죽은 시장이고 그러면서 관련된 몇몇 직종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직종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단 한 명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고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 "인간은 풍부한 상상력을 펼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발견한 후에는 꾸준히 계속하려 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마음껏 살리려고 궁리합니다. 저는 그런 세계를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기려고 해요. 제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써온 것도 그러한 생각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계속 써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게 그 사람의 마법이 되는게 아닐까 생각해요." 


* “수평선이란 배니싱 포인트(vanishing point, 소실점)지요. 배에서 보든 높은 산에서 보든 반드시 눈높이에 있어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 점이 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에 있든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 우리는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마법이며 책은 그 마법을 저 너머에 숨겨둔 수평선이다.


* "보석 같은 책은 설령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만드는 사람들이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필사적으로 생각을 짜내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걸 보고 "나도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한 책은 살아남을 겁니다. 그러려면 종이책은 역시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되고요." 


* "적은 부수라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한 권, 그 사람에게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한 권을 만들려고 할 때 제본 기술이 잊혀진다면 책을 둘러싼 소중한 세계는 사라져버릴 겁니다. 거기에는 아직 심오하고 우리 마음에 호소하는 뭔가가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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