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혹은 지금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훗날 독자가 될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행위이다. 너무 민감하고 개인적이고 흐릿해서 평소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끔은 큰 소리로 말해 보려 노력해 보기도 하지만, 입안에서만 우물거리는 그것을, 다른 이의 귀에 닿지 못했던 그 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보여 줄 수 있음을 알게된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 지내는 것 아닐까? 그것이 둘만으로 구성된 관계일지라도, 말이 실패한 것을 글이, 아주 길고 섬세하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침묵에서 시작했다. 읽을 때만큼 조용하게 글을 썼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내가 쓴 것을 조금씩 읽었다. 몇몇 독자들이 나의 세상으로 들어오거나, 나를 그들의 세상으로 끌어들었다. 나는 침묵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엔 긴 여정을 거쳐 아주 멀리서도 들리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 목소리는 처음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읽을 수밖에 없었지만, 곧 큰 소리로, 더 큰 소리로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큰 소리로 읽기 시작하자, 내가 깨닫기도 전에 또 다른 목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다. 아마 그건 좀 더 편안한 소리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고 청중 앞에서 낭독할 때라도 여전히 부재하며 멀리 있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미지의,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상 주위를 떠돌던 그 부재하는 청중과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p1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