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저께 아침의 일이었다. 친구랑 1박 2일의 여행을 계획했고 여행 당일날이었다. 

터미널까지 충분히 버스를 타고도 갈 수 있었는데 늑장부리는 바람에 택시를 잡았다. 카카오 택시를 잡으려고 폰을 든 순간 택시가 아파트 상가쪽을 지나가길래 붙잡았다. 

20분도 되지 않아서 도착을 했고 역시 이런 택시비가 제일 아깝다고 생각을 하면서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택시 기사가 현금 없냐 물었고 현금이 없다고 그러자 젊은 아가씨들은 항상 카드니 어쩌니 아가씨가 첫 손님인데 카드를 내서 어쩌냐고 툴툴거렸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할 말 많았다. 여행가는 아침날에 그따구로 툴툴거리는 택시기사 만나면 당연히 기분이 더럽다. 니만 기분 더러운줄 아냐. 말이 턱끝까지 나왔지만 실제로 말하지 못했다. 툴툴거리는 소리가 더 듣기 싫어서 급히 내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에어팟 충전케이스를 놓고 내렸다는 것을. 내리자 마자 깨닫고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택시는 떠난 뒤였다. 


2.


혹시나 내가 착각한 것일까봐 에코백의 내용물을 꺼내 뒤졌다. 역시 놓고 내린 게 맞았다. 이렇게 뭔가를 잃어버리고 조바심이 나는 기분이 너무 싫다는 생각을 했다. 더군다나 여행날 아침이었다. 여행날 아침부터 일진이 이렇게 사나울 줄이야. 순간 택시에 물건을 놓고 내렸을 때 대처법으로 카드 결제한 걸로 찾을 수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서둘러서 1644-1188에 전화했지만 카드 번호랑 분실 날짜를 적었는데 조회내역을 찾을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근무시간이 아닐 경우에도 조회내역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 덧붙여서 나왔다. 아니 대체 왜? 택시 기사도 출근했다는 버튼을 눌러야만 인식이 되는건가? 아니면 센터 근무시간이 아니라는건지? 몇 번이나 눌러보았는데도 계속 똑같은 대답이라 짜증이 났다. 7시 15분 차였고 7시가 지나자 승차홈으로 먼저 가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에게 승차홈 어디로 오라는 문자를 보냈다. 


친구를 기다리며 노래를 들으며 멍때리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순간 택시 아저씨인가 싶었지만 이내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왜요? 

아가씨 돈 좀 빌려줘~ 어디를 가야하는데 현금이 없네.


손에 천원짜리 두어장 들고 있는 아저씨가 나한테 현금을 구걸했다. 없어요. 

노래의 흐름이 끊긴 것도 주변에 나 말고도 사람이 많았는데 콕 찝어서 나한테 온 것도 짜증이 났다.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현금이 없다고 했는데도 마치 내가 거짓말을 한 거라는 식으로 진짜 없는거 맞아? 몇 번이고 묻고 떠났다. 정말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연달아서 짜증나는 일이 생기니까 떠내는 여행까지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불안해졌다.  


이럴 때면 마동석 같이 생긴 남자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의식이라도 해도 할 말 없다. 내가 마동석 같이 생겼어도 택시 아저씨가 첫 손님이 카드를 냈다고 툴툴거리고 현금 없다는 사람에게도 끈질기게 돈을 구걸했을까? 


친구는 내 문자를 보지 못했는지 어디로 가면 되냐는 전화를 했다. 3번 승차홈이라니까 순간 짜증이 확 묻어있는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3.


친구가 도착했고 버스에 앉아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자기 일 처럼 화내주었다. 여행을 함께 가는 친구를 위해서라도 짜증나는 기분을 덜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친구는 나한테 그래도 카메라를 놓고 내린게 아니라는 게 어디냐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따... 


여행을 다녀오고 글로 옮겨적으면서 다시 그때의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실제로는 잃어버린 것도 잊고 즐겁게 놀다왔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짜증이 난다는 것일 뿐... 오늘 유베이스에 에어팟 분실 관련해서 접수도 마치고 3-6일 후에 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받았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덕분에 나가지도 않아도 되었을 비용을 소모한다는 게... 


4.


이런 흐름의 글보다는 글의 제목 처럼 '음악이 흐르지 않는 버스'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쓰다 보니 서론이 엄청나게 길어졌다. 


생각해 보니 음악이 흐르지 않는 버스는 오랜만이었다.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든 항상 내게는 이어폰과 음악이 함께였다. 버스를 타면서 노래를 듣지 않는다는 건 내게는 엄청나게 어색한 일이었다. 이어폰을 놓고 온 날이면 지각을 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가 이어폰을 들고 나오거나 정 안되면 편의점에서 이어폰을 샀다. 집에는 이어폰이 잔뜩이었다. 물론 내가 산 만큼 잃어버리고 고장낸 적도 많아서 그 수는 일정수를 유지했었다. 그렇게 덜렁거리는 나한테 에어팟은 맞지 않는 기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예로 비오는 날에 손이 부족한데 이어폰까지 끼고 있다가 물건 하나씩 흘린다거나 하는 그런 일에 오히려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논리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며칠 간 음악이 흐르지 않는 버스를 타야한다... 지금도 엄청나게 어색하다. 그렇지만 내게는 선택지가 없다. 기존 이어팟은 이미 잃어버린지 오래고... 다른 이어폰과 연동 가능하게 하는 잭은 집에 있을텐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는다. 


이어폰이 없이 버스를 탔을 때 기존에 느낄 수 없었던 느낀 점에 대해서 쓰고 싶었는데... 그동안은 노래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듣지 못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동안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소리들... 이런 느낌으로... 에어팟을 다시 받을 수 있는 날까지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느낌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좋게좋게 생각하고 싶다. 그 동안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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