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남기려고 노력하게 되면서 괜히 방문자수나 유입 경로를 확인하게 된다. 어플로 하루에 몇 번씩 들여다볼 때도 있다.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글을 쓴지도 3주째가 되었고 마찬가지로 누군지 모를 불특정한이들을 의식하게 된다. 블로그와 달리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들이 쓴 글 틈바구니에 올라간다는 게 특히 부끄럽다. 그럴싸하게 써보려고 하는게 눈에 보여서 공감성 수치가 드는 글, 알맹이가 없는 글, 제대로 마무리도 못해서 끝은 다 뭉개져 있고 그래서 말하는 게 뭐야 싶은 글. 쓰면 쓸 수록 혼돈이다. 부끄러운 글을 마감날까지 붙잡고 있다가 승인되길 기다리는 일의 반복이다... 다 쓴 글은 다시 읽어보기도 부끄러워서 맞춤법만 다시 확인하고는 들여다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래 붙잡고 있다고 해서 만족할만한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계속 무언가를 남기려는게 단순한 흑역사 박제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어쩌면 흑역사 박제일지도 모를 일들을 계속 도전하고 있다. 갤러리 레지던시에 쓰일 글을 맡았고 지역잡지 편집에 지원했고 에디터 수업을 신청했다. 내가 쓴 글이 사이트에 출력되는 것만 해도 몸을 비틀면서 부끄러워하는 주제에 내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2.
왜 나는 내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것에 이토록 부끄러워 하는지 모르겠다. SNS는 그런 이유로 안 하고 프로필 사진은 기본 프사거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진. 단순한 감상이나 왓챠 한줄평 같은 것도 트위터 같은 익명의 공간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 부끄러워 한다. 현실에서 낯가리는 것 보다 사이버 공간에서 더 낯가려서 언제나 구독인생,,, 이전의 블로그들에 쓴 글들을 지속적으로 쓰지 못했을 뿐더러 쓴 글도 비공개로 설정하거나 삭제하고 방치,,,
내가 내 자신을 보여주는 걸 부끄러워 하는 사람이라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 동경심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난 무엇을 해도 어딘가가 항상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타인을 너무 의식해서?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 모르겠어. 근데 정말 그런 것에 연연하며 너무 오래 살았어... 이제는 정말로 달라질 때가 되었다. 내 타고난 성향까지는 바꾸기 어렵고 내 타고난 성향이 바뀌는 건 바라지 않는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쓰는 글 만큼은 자신감을 가지고 싶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부차적인 문제이고 그런것을 다 떠나서 자신감이라도... ㅠㅠ
아 각이다. 이것도 쓰고나서 후회할 각이다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시간도 어쩜 이런 글을 쓰기 좋을 시간... 이번에 내가 도전한 여러 일들도 어쩌면 흑역사 박제로 끝날지 모를 일들일 수 도 있다. 그렇지만 용기를 낸 나에게 칭찬해줄래.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