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애슐리
국내도서
저자 : 정세랑
출판 : 미메시스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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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의 테이크 아웃 첫 주자는 정세랑x한예롤이다. 손바닥 만한 작은 크기의 단편책. '테이크 아웃'이라는 표현 처럼 마치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가볍게 읽기 좋게 만들었다.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카페같은데에 비치해두면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은 책! 


섬의 애슐리는 짧지만 강렬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는지 털이 비쭉 솟는 기분까지 느꼈다. 섬의 애슐리는 카메라 액정을 통해 섬의 불행과 고통이라는 환상을 판다. 섬 밖의 사람들이 섬의 사람들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판다. 애슐리가 기자인 리로 부터 선택 된 건 애슐리가 가진 오리엔탈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그 외모에 부합했고 기자는 애슐리의 그런 모습들을 포착한다. 애슐리의 땀은 눈물이 되고 애슐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학교생활은 구원의 대상으로 비추어진다. 애슐리의 사진들은 섬 밖에서 다큐적인 성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찍힌 사진의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애슐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런 태도들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리가 멀리서 사진을 찍는 것을 흘러보낸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아무런 감정 없이 춤을 춘다. 그것도 섬에서 가장 있기 있는 사내와. 애슐리는 섬에서 경멸의 대상에 더 가까웠는데 사진 때문에 온 세상으로 관심을 받게 되고... 함께 춤을 춘 사내 아투와 표면적으로 연인 사이가 되어진다. 이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리가 짜맞춘 프레임 안에서, 연인이라는 역할극을 하는 것에 더 가깝다. 


섬내에서는 그런 역할극이 필요했다. 관광으로 대부분의 수입이 이루어지는 섬 내에서는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었는데 그 사업이 이루어지려면 세간의 관심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할극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투에게는 마지막 비극이 필요했다. 천연 염전을 콘크리트로 발라 버린 실패자가 아니라, 사고로 일생일대의 사랑을 읽고도 섬에 봉사하는 비련의 영웅으로 남고 싶어한 것이다. 


섬의 애슐리로 남고 싶지 않아? 


아투의 마지막 물음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도 들리는 익숙한 셔터소리... 


이 뒤로 애슐리의 선택이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그런 애슐리가 선하고 긍정적이라기 보다는 목소리가 희미하고 수동적인 자신을 똑바로 자각함으로써 겨우 섬의 폭력에서 벗어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그 은은한 폭력 속에서 사람이 어렵게 껍질을 벗는 과정의 이야기... 그리고 애슐리가 그 프레임 밖으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프레임 속 인물은 다시 짜맞추어진다는 것도 잘 포착해냈다. 애슐리가 섬에서 나와 섬에는 요즘 어떤 이름이 유행할지 궁금하다는 독백처럼 말이다. 다만 애슐리는 더 이상 섬의 애슐리로 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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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