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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을 많이 봐두고 싶다.'
마흔 살이 됐을 때, 왠지 그런 다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보아온,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것들. 이를테면 풍경이나, 축제 같은 것.
'봐두고 싶네. 하지만 갈 일은 없을 테지.'
그렇게 동경했던 곳으로 앞으로 10년에 걸쳐 다 다녀보는 건 어떨까?
등을 민 것은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 투어의 존재였습니다.
나홀로 해외여행은 어학력이 딸리는 처지인 내게 난이도가 높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매번 누군가가 같이 가줄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패키지 투어라면 신청만 하면 끝.
"혼자 참가해서 청승맞아 보이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마흔 한 살이. 슬슬 떠나볼 시간이 된 것입니다.
확실히 이런 문장의 에세이 글이 유행이긴 하나보다. 나쁜 의미로 쓴 게 아니라 이 책의 제목도 순전히 제목만 보고 흥미가 가서 골랐기 때문이다. 나같이 제목만 보고 고르는 사람도 많으니 이런 제목의 책들이 더 성행하게 되는 것이겠지? 책등 만 보고는 여행 에세이 책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여행 에세이의 제목으로도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아니 왜 제목이 낯이 익나 했는데 독립 출판으로 출판 되었었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먹고 싶어' 이 책과 제목이 매우 흡사하다. 책 읽고 싶다고만 생각하고 아직 그 책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저자가 생각했던 '아름다운 것을 많이 봐두고 싶다'를 이제목으로 바꾼 거면 정말 소질 있다... 그리고 난 그 의도한 대로 낚였다. 제목만 보면 너무 끌려...
제목은 어느날 문득 저자가 마혼자 패키지 투어 여행을 다녀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담은 책으로 가이드북의 성격도 띠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팁과 중간 중간에 직접 그린 카툰, 여행 노트와 메모들도 함께 실려있다.
책은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먼 훗날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지금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내가 한 40대쯤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과연 나도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다는 이유로 떠날 수 있을까? 그런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시간 보다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혼자서 하는 패키지 투어를 왜 상상하기 어려워했을까? 여행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닌데 패키지는 뭔가 가족끼리 혼자서는 자유여행 약간 이런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라고 해야할까? 왜 내가 혼자서 하는 패키지는 상상해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또 그만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특히 내 경우에는 혼자 여행을 꿈꾸지만... 하도 덜렁거리고 흘리는 게 많으니까 국내는 몰라도 해외는 좀... 혼자 자유여행 하면 어떨지 뻔하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꼭...이라고 꿈꾸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올려다보는 오로라.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이것저것 서로에 대해 묻지도 않고, 뭔지 모르게 친숙해진 우리. 오래 사귀면 서로의 나쁜 면도 보일지 모르지만, 저마다 일주일만 '제법 느낌 괜찮은 우리'가 되길 노력하며, 적당히 돕고 적당히 협력하는 여행을 하는 어른들. 패키지 투어는 패키지 투어 나름대로 수확도 있구나, 생각했다. 오로라를 만끽하고 욕조에 몸을 담근 뒤 푹 잤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도 꽤나 낭만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