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탄생
국내도서
저자 : 톰 밴더빌트(Tom Vanderbilt) / 박준형역
출판 : 토네이도 2016.12.05
상세보기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을 보면서 난 남들 보다 어쩌면 주관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좋게 말하면 무던한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우유부단한... 아직까지도 나만의 취향이 확고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남들이 내게 너가 좋아하는게 뭐야 그걸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한참이나 생각할 것 같다. 진짜로 내가 좋아하는 게 있더라도 왜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 지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나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래서 비슬라바 쉼보르스카의 <선택의 가능성>이라는 시를 좋아한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 나도 그런 시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어쩌면 내가 고민을 했었던 그런 의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취향이라는 건 설명할 수 없는 것. 좋아하는 데 무슨 이유가 있겠어 싶은? 저자는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책을 들어가면서 이야기했지만 왜 파란색을 좋아하는 지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했다. 저자가 인용한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의 '취향에 대한 판단은 어떤 흥미도 유발하지 않는다. 취향의 소유는 오직 사회 속에서만 흥미롭다'는 말 처럼 취향은 배워가는 것이며 사회 속에서 형성되었고 사회 속에서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별점을 매길때 확실히 작품의 완성도나 짜임새도 고려하는데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않은 작품에게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내가 정말로 평론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일개 관람자의 입장이니까... 그런 점에서는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킬링타임으로 재밌게 본 작품들은 점수를 조금 짜게 주게되고 괜히 내가 매기는 점수를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남들에게 내 취향을 보일 때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나 취향이 형성되어지는 과정에 대한 내용들이 흥미롭게 읽었다. 




-



친구, 자네는 '실제 맛'과 '느낀 맛' 사이의 충돌이 없다고 생각하나?

인생은 모두 둘 사이의 충돌일세. ㅡ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어떠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취향의 소용돌이를 벗어나 이제는 안정적인 취향을 지닌 이성적인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들은 마치 미신을 믿듯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기도 한다. 


  왜 예술가들은 사람들의 취향과 맞지 않은 이미지를 생산하도록 훈련받을까? 왜 예술가들의 취향은 일반적인 취향과 다를까? 팔머는 예술과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대조군으로 심리학과 학과 학생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그는 여론조사의 제목을 '조화에 대한 취향'이라고 짓고는 다른 음악의 조합을 듣고, 다른 색깔의 조화를 본 뒤 사각형에서 다른 지점에 그려진 원의 위치를 확인하도록 했다. 참여자들은 어떤 것이 더 조화로운지에 대체로 의견이 같았다. (장조를 사용하지 않는 12음 기법의 아르놀트 쉰베르크 보다는 모리스 라벨이 더 조화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술과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조화로운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답이 갈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잘난 척을 한 것일까? 예술가를 키우기 위한 훈련은 평범한 사람들의 조화에 대한 흥미를 변화시키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조화에 흥미가 덜한 사람들이 예술가가 되는 것일까? 팔머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술을 공부할수록 흥미를 유지하고 '강렬한 자극'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과도한 노출의 결과인 것 같아요. 똑같은 것에 지루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중요한 대상이 중앙에 있는 배치를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지만 거기에 싫증을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교사는 새로운 것을 강조하고 결국에는 대상을 정중앙에 놓지 말라고 가르치죠." 팔머가 설명했다. 

  예술가든 일반인이든 우리는 모두 미학적으로 대응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보고 좋다거나 싫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기는 태어난 지 단 며칠 만에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 가운데 하나를 강렬히 선호하게 된다. (중략)


취향은 예측과 기억의 핵심이다. 어느 정도 기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난번에 즐거웠던 기억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파스칼은 한때 "현재는 결코 목적이 아니다"라고 탄식했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생각을 잠식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와 미래가 현재보다 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평생 기억할 만한 식사'를 몇 주 동안이나 기다리지만 실제 식사 시간은 단 몇 시간이 전부다. 모두가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필터 효과처럼 흐릿한 기억을 마음속에 저장하기까지의 '순간'은 얼마나 길까? 수많은 사람이 '기억에 남을 만한 식사'가 너무 짧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또 다른 이유는 순간을 좀더 기억하기 위해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트 브랜드 필드노트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나중에 기억하려고 적는 것이 아니라 지금 기억하려고 적는다."


"식당에 가보세요. 메뉴가 일곱 장이나 돼요. 하지만 대부분 같은 메뉴를 주문하죠. 선택은 필요 없어요. 선택은 환상이죠."


"사람들은 스스로를 더 좋게 느끼고 싶어 합니다. 자신에게 환상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어떤 말을 하고, 특정 영화에 별을 얼마나 주고 싶어 하고, 실제로 어떤 영화를 보는지에 대해서요." 엘린이 설명했다. 사람들은 <호텔 르완다>에 별 다섯 개를 주고 <캡틴 아메리카>에 별 두 개를 주려고 하지만 실은 <캡틴 아메리카>를 훨씬 더 좋아한다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여타 거대한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은 깊은 바닷속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 산소가 다 사라지기 전에 되도록 많은 것을 봐야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람객은 특히 관람 기회가 한 번밖에 없다면 월하임처럼 한 작품을 보는 데 두시간을 할애할 생각도 배제하지 않는다. 



47
MYOYOUN SKIN